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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엎친 데 덮친 필리핀… "홍수 자금만 제대로 쓰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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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사' 강타 사흘 만 '부알로이' 접근
부패 속 재난 … "기후 기금 절도=범죄"


26일 필리핀 카비테시에서 주민들이 다가오는 폭풍 부알로이를 대비해 집을 정비하고 있다. 카비테=EPA 연합뉴스

26일 필리핀 카비테시에서 주민들이 다가오는 폭풍 부알로이를 대비해 집을 정비하고 있다. 카비테=EPA 연합뉴스


슈퍼 태풍 ‘라가사’가 필리핀을 강타해 인명 피해를 남긴 지 불과 며칠 만에 또 다른 태풍이 다가오자 당국이 비상 대응에 나섰다. 홍수 관련 대형 부패 스캔들 속에 또다시 관련 재난이 시민의 삶을 위협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26일 PNA통신 등에 따르면 20호 태풍 ‘부알로이’가 필리핀 남동쪽 해상에서 북서진하고 있다. 이날 오전 시속 150㎞로 동부 마스바테섬에 상륙한 폭풍은 27일쯤 수도 마닐라가 위치한 북부 일대를 통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반도로 향할 전망이다. 부알로이는 태국이 제출한 명칭으로 디저트 이름이다.

앞서 필리핀에는 지난 23일 올해 발생한 태풍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꼽히는 18호 태풍 라가사가 상륙해 최소 10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실종됐다. 이재민이 된 주민 1만 명은 여전히 임시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라가사의 상흔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태풍이 겹친 셈이다.

일주일 사이 두 차례의 태풍을 맞게 된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베니슨 에스타레자 필리핀 기상예보관은 “산악 지역에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안 지역에서는 3m 높이의 폭풍 해일도 예보됐다. 정부는 북부 지역에 휴교령을 내렸고, 국내선 항공편과 여객선 운항도 중단했다.

제18호 태풍 라가사가 필리핀 북부 일로코스 수르주를 강타한 가운데 23일 해안경비대 구조대원이 불어난 강에서 한 남성을 구조하고 있다. 수르=EPA 연합뉴스

제18호 태풍 라가사가 필리핀 북부 일로코스 수르주를 강타한 가운데 23일 해안경비대 구조대원이 불어난 강에서 한 남성을 구조하고 있다. 수르=EPA 연합뉴스


필리핀은 세계에서 가장 재해에 취약한 나라로 꼽힌다. 매년 약 20개의 태풍·폭풍에 시달리고 지진도 잦다. 하지만 이처럼 짧은 기간에 태풍이 연속으로 상륙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FP통신은 “과학자들은 폭풍이 더 자주, 강하게 발생하는 이유를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두 차례의 태풍은 필리핀이 ‘유령 홍수 예방 사업’ 부패 스캔들로 전국적 시위를 겪고 있는 와중에 발생해 부실한 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더욱 키웠다. 지난 3년간 홍수 방지 사업에 투입됐던 5,500억 페소(약 13조4,000억 원)가 정치인의 부패와 횡령 등으로 감쪽같이 사라진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다면 이번 태풍 피해 역시 크게 줄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퍼슨 추아 그린피스 필리핀 활동가는 “(정치인들의) 정부 금고 약탈은 기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필리핀인 수백만 명의 생존 능력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런 기후 기금 절도는 범죄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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