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李대통령 주변에 동맹파 많아…이러면 文정부 시즌2 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유엔총회 계기 이재명 정부 실용외교·다자외교 전략'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9.2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정세현 자문위원은 26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안보 진용 인사들을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 자문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세미나 모두발언에서 "이러면 이재명 대통령은 바보가 된다"는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정청래 당대표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 자문위원은 김영삼정부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과 김대중·노무현정부 통일부장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외교·안보 원로이다.

정 자문위원은 먼저 이 대통령이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9·19 군사분야 합의서 복원 약속이 참모들 때문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복절로부터 한 달이 지난 이달 19일에라도 복원이 돼야 했을 거 아니냐"라며 "제가 듣자 하니까 (대통령실과 정부) 안에서 '이거 미국이 좀 싫어할 텐데요, 미국이 싫어한답니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 시즌2가 된다.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선언과 군사분야 합의 등 좋은 것을 다 만들어 놓고도 한미 워킹그룹에 발 묶여서 아무것도 못 했다"며 "심지어 2019년 1월에 북한에 독감약 3일 치를 보내는 것도 '트럭은 안 된다'는 미국 이야기에 결국 못 보냈다"고 했다.

정 자문위워는 "동맹파가 대통령 지근거리에 있으면 아무것도 못하는데 지금 그렇게 돼 가고 있다"며 "당대표가 나서야 할지 자문위 의장이 나서야 할지 아니면 국방위나 외통위에서 나서야 할지 모르겠지만 꾸짖고 좀 고쳐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페이스북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문민장관(안규백 국방부장관)을 보내서 군인들 장악하라고 그랬더니 끌려다니는 걸 모르겠느냐"라며 "군사분야 합의서 해제도 못하고 이러면 이 대통령은 바보 된다"고 말했다.

정 자문위원은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밝힌 'E·N·D'(Exchange, Normalization, Denuclearization) 이니셔티브를 두고 참모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때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했는데 그럼 북핵 동결에 관해서 얘기할 수 있도록 동결의 조건이라든가 방법론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도록 지혜를 만들어줬어야 했다"며 "그런데 참모들이 그건 안 하고 E·N·D라는 멋있는 글자를 만들어서 홍보하는데 이 대통령을 끝장낼 일 있냐, 비핵화 얘기를 왜 거기에 넣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동결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말하자면 입구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왜 출구에서 잡을 수 있는 결과들을 갖다가 얘기를 하면서 잘 됐다고 하냐"라며 "김정은이 21일에 비핵화를 얘기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에 안 나겠다고 얘기를 했으면 유엔총회 연설문을 사전에 만들었을지라도 즉석에서 그걸 고쳐 '비핵화' 문구를 빼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 자문위원은 "지금 이렇게 해서는 이재명정부가 한미 관계 때문에 남북관계에서 한발짝도 못 나가고 말 것"이라며 "직업 외교관들이 대통령 지근거리에 있으면 되는 일이 없다. 이거 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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