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나이절 패라지 개혁영국당 대표가 LBC 라디오 쇼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주요 선진국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반이민 정서에 휩쓸려 특정 정책이 시행도 전에 무산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괴담이 확산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국내 도시와 아프리카 국가들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추진했던 ‘아프리카 홈타운’ 구상이 발표 한 달 만에 백지화됐다.
외무성 산하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는 25일 “아프리카 홈타운 구상은 이민 수용 정책이 아니지만 일부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어, 계속 추진하기 어렵다”며 정책 철회를 선언했다. 이 구상은 지난달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제9차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발표됐다. 나이지리아·탄자니아·가나·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4국과 일본의 지방 도시 4곳을 자매결연으로 묶어, 문화·교육 분야에서 교류하는 사업이다. 예컨대 아프리카의 중고등학생을 일본 지방 도시로 초청하거나, 일본 중소기업 제품을 아프리카 국가에 소개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제도를 통해 아프리카인들이 대거 일본에 정착할 수 있다는 소문이 확산하면서 강력한 반대 여론이 형성됐다. 특히 구상 발표 뒤 나이지리아 대통령실이 “일본 정부가 특별 비자 제도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히고, 일본 외무성은 “전혀 검토된 바 없다”고 즉각 부인했고, 나이지리아도 성명서를 삭제하는 등 좌충우돌 상황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사람들의 대거 유입을 촉진할 것”이라는 의구심이 더욱 확산했다.
정책에 참여키로 한 도시 시청에는 수천 건의 항의 전화와 이메일이 빗발쳤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배외주의와 함께 ‘세금은 자국민에게만 써야 한다’는 배타주의가 있다”며 “‘홈타운’이란 단어가 내셔널리즘을 자극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강경 우파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 개혁당 대표는 전날 영국 LBC 라디오 쇼에 출연해 “문화가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이민자)이 왕립 공원에 살고 있는 백조와 잉어들을 잡아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꽤 수용 가능한 국가들 출신”이라며 동유럽 출신이라는 걸 암시했다.
패라지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하이드 파크, 리치먼드 공원을 포함해 런던 내 8개 공원을 관리하는 왕립 공원 관리국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발언은 이민자와 관련한 패라지의 지난 발언을 짚는 과정에서 나왔다. 사회자는 패라지에게 “이제는 아이티 이민자가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장이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받아들일 수 있나”라고 묻자, 패라지가 답을 피하면서 화제를 영국으로 돌린 것이다.
미국 대선 유세가 한창이던 작년 9월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는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집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주장해 파장을 불렀는데, 당시 패라지는 “어느 정도 사실이며 한 달 안에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트럼프를 두둔했다. 초강경 반이민 정책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는 개혁당은 원내 다섯 명의 미니 정당이지만, 지난 22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1%로 전통적 양당인 노동당(20%)과 보수당(17%)을 크게 앞섰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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