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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같은 친구들인데 왜”…혐중 시위 맞서 피켓 든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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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구로구 한 중학교 앞에서 학생들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학교는 혐오 없는 존중의 공간’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거리를 걷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25일 오후 서울 구로구 한 중학교 앞에서 학생들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학교는 혐오 없는 존중의 공간’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거리를 걷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오늘 가을 운동회를 했습니다. 우리 학교는 이주배경 학생들이 70%에 달합니다. 운동회 시작할 때 아이들은 국기에 경례하고 애국가를 목 놓아 불렀습니다. 케이팝을 즐기고, ‘독도는 우리 땅’을 목이 터져라 부르는 학생들입니다. 어른들의 그런(혐중) 행동과 말은 우리 학생들에게 정신적 폭력이고 정서적 학대입니다.”



25일 낮 서울 구로의 ㄱ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남아무개 교감이 말을 꺼냈다. 이날 구로의 ㄴ중학교에는 남 교감을 비롯해 구로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3곳의 교장·교감, 학부모, 학생들이 우려 섞인 표정으로 한데 모였다. ‘혐중 시위’가 열리는 구로 일대 학교들의 안전을 점검하기 위해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참여한 간담회 자리다. 정 교육감은 “단 한명의 학생도 혐오나 차별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교육감으로서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7시엔 대림역에서 또다시 혐중 시위가 있었다. 민초결사대 등 극단적 보수 성향 단체가 지난 17일 대림역 일대에서 “중공 세력 정화”를 외치며 시위를 벌인 지 일주일여 만이다. 경찰이 지난 12일 혐중 시위대의 명동 진입을 막자, 이들은 중국동포들의 거주 지역인 대림동으로 시위 장소를 옮겨왔다. 이들은 대림역에서 문래역까지 약 4㎞ 행진했다. 여기엔 초등학교 5곳과 중고등학교 4곳 등의 교육시설이 있다.



혐오 시위에 아이들이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에 처하자 교육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남부교육지원청은 지난 24일 구로 관내 학교를 상대로 학생들의 안전에 주의하도록 하고, 시위 때문에 피해를 볼 경우 상담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25일 저녁 서울 구로구 대림역 5번 출구 앞에서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구로 대림동 중국동포단체 소속 150여명이 혐중 시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25일 저녁 서울 구로구 대림역 5번 출구 앞에서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구로 대림동 중국동포단체 소속 150여명이 혐중 시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정 교육감과 ㄴ중학교 학생 15명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뒤 ‘학교는 혐오 없는 존중의 공간’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ㄴ중학교 앞 골목을 걸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친구입니다” “모두가 함께 행복한 학교를 원합니다”와 같은 구호가 울려 퍼졌다. ㄴ중학교 3학년 주아무개 학생은 “우리 학교가 다문화 학생이 많다고 들었는데, 솔직히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똑같이 놀고 공부하는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ㄴ중학교 3학년 남아무개 학생도 “중국인 친구들이 시위를 보면 놀랄 것 같다”며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자기를 혐오한다고 하면 상처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육감은 극우 단체의 시위 장소 등을 경찰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학교 주변 지역으로 학습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어 관리자가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 집회·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교육감은 “다양성이 창의적인 생각으로 가는 계기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시민사회, 경찰,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혐오 시위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25일 저녁 서울 구로구 대림역 4번 출구 앞에서 민초결사대 등 극단적 보수 성향 단체가 개최한 시위의 참가자가 “화교 혜택 들어봤어? 자국민 역차별”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25일 저녁 서울 구로구 대림역 4번 출구 앞에서 민초결사대 등 극단적 보수 성향 단체가 개최한 시위의 참가자가 “화교 혜택 들어봤어? 자국민 역차별”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이날 시민들도 혐중 시위에 맞서며 대림역에 모였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구로 대림동 중국동포단체 소속 150여명은 혐중 시위가 열리는 같은 시각에 맞은편에서 이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자신을 중국동포 청소년의 학부모로 소개한 김예화 시케이(CK)여성위원회 회장은 “혐오집회는 단지 이주민을 향한 공격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를 향한 공격”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혐오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라며 정부와 국회 등을 향해 혐오와 차별 선동에 대한 법적 규제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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