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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티베트어를 못하게 될 거야” [특파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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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 신장위구르(웨이우얼)자치구 건립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자치구 성도인 우루무치를 찾아 환호하는 군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우루무치/EPA 신화통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 신장위구르(웨이우얼)자치구 건립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자치구 성도인 우루무치를 찾아 환호하는 군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우루무치/EPA 신화통신




이정연 | 베이징 특파원



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샤오둥(가명)은 쓰촨성 서부의 티베트족(장족) 자치구에서 나고 자랐다. 10년 전 베이징으로 왔고, 1년 전 결혼을 했다. 그런 샤오둥은 어머니와 통화를 할 때 빼놓고는 평소 티베트어를 쓸 일이 없다고 했다. 아이를 가질 생각이 있지만 “그 아이는 아마 티베트어를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5일 오전 열린 신장위구르(웨이우얼)자치구 건립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자치구 성도인 우루무치를 찾았다. 이 행사에 국가 지도자가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 전용기에서 내린 시 주석을, 기념행사에서 만난 시 주석을, 위구르족 전통 복장을 한 인민들이 반겼다. 시 주석은 전날 신장위구르자치구 업무보고에서 “중화민족의 강력한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고, 중화민족 공동체 건설을 추진하는 데 집중하자”고 역설했다.



그는 최근 잇따라 중화민족을 강조하며 소수민족이 하나로 단결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달에도 그는 티베트(시짱)자치구를 찾아 건립 60돌을 기념했다. 역시 중국의 국가 지도자가 티베트자치구 건립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 시 주석의 소수민족을 향한 이런 ‘첫 행보’들은 집권 이래 내내 강조한 ‘중화민족 공동체’ 구상을 표면화한 것이다. 핵심 정치 구호가 된 ‘중화민족 의식’과 ‘민족 단결’은 소수민족 정책의 가장 큰 과업으로 꼽힌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시 주석이 소수민족 자치구 등을 시찰할 때면 전통 복장을 한 인민들과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는 그의 사진과 영상들을 쏟아냈다. 시 주석의 얼굴을 처음으로 직접 본 사람들은 감격스러워 눈물을 흘린다고 전한다. 국가 지도자에 대한 충성과 애국을 다짐하는 위구르족 청년의 한마디는 ‘하나 된 중국’의 오늘을 상징하는 한 장면이 되어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중국은 소수민족의 융합·통합을 내세운다. 그러나 언어와 문화의 고유성을 점차 잃어가는 소수민족은 ‘동화’되어 가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다. 55개 소수민족은 민족 정체성이 옅어지는 가운데 중국 인구의 91%를 차지하는 한족의 언어와 문화에 섞여가고 있다. 당연한 수순이라기엔 중국 중앙정부의 소수민족 언어·교육 정책이 끼치는 영향이 크다. 소수민족의 종교도 ‘종교의 중국화’라는 명분 아래 역시 동화를 강요당하고 있다. 티베트 불교의 최고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후계 문제에 중국 정부가 직접 개입하고 있고, 신장 지역에선 이슬람 사원 관리와 종료 활동에 대한 제한이 지속해서 강화됐다.



위구르족 청년을 만나 환하게 웃는 시 주석의 사진을 보면서 동시에 떠오른 건 티베트족인 샤오둥이었다. 그는 이제 자신이 자란 곳의 학교에선 티베트어를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고 했다. 교과서도 이제 거의 소수민족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중국어 공용 교과서로 변해가고 있다고 했다. “어렸을 때 할머니와 이야기를 했던 시간이 아주 소중해. 그런데 내 아이는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속상하지.” 고유 언어를 잃은 채, 전통 복장만 유산으로 남은 55개의 소수민족이 함께하는 ‘중화민족 공동체’는 정말 ‘하나의 중국’일 수 있을까? 다양성은 지운 채 ‘위대한 조국’에 집착하는 모습은, 중국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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