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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중과 상연' 김고은, 20대 시절 소중했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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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중과 상연 김고은 / 사진=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김고은 /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배우 김고은에게 2023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그해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과 드라마 '은중과 상연'을 촬영하던 중, 가까운 친구들을 떠나보냈기 때문이다. '은중과 상연' 제작발표회 당시 눈물을 쏟기도 했던 김고은은 "내 인생에서 그 시기에 겪었던 일들과 감정들이 올바로 쓰일 수 있는 작품을 만나 신기했다"며 "슬픔에 빠져서 더 그랬을 수 있을 법한 시기에 감정들을 올바르게 쓸 수 있어서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고은이 박지현과 연기 호흡을 맞춘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극본 송혜진·연출 조영민)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과 상연의 모든 시간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고은은 극 중 20대 이후 은중의 모습을 연기하면서 상연 역의 박지현과 깊이 있는 우정 케미를 보여줬다. 그는 "작품 공개 후 연락이 많이 왔다. 좋은 작품이 나왔구나 생각해서 안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작가님이 조력사망에 대한 이야기, 동행하는 이야기, 남겨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셨다. 그걸 들었을 때 잘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쉽게 할 수 없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에 대해 반가움이 컸다. 영화든 드라마든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 돼서 좋았다"고 밝혔다.

김고은은 은중의 20대부터 40대 시절을 연기한 것에 대해 "제 20대 초반을 돌이켜 생각해 봤을 때 그래도 10대 때의 기운이 가장 많이 묻어 있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성인이 된 설렘, 그런 감정들을 마주했을 때의 서툰 것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30대는 20대 초반과 지금 저의 30대를 돌이켜 봐도 말투나 분위기나 기분이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삶에 영향을 가장 많이 끼치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해 봤을 때 30대라는 나이는 가장 일을 활발하게 하는 시기이고 커리어를 쌓아가고 일 중심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일에서 오는 영향들이 내 안에 많이 묻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었다. 또 은중이는 현장을 뛰는 PD이기 때문에 제스처나 액션이 20대의 은중보다는 좀 더 적극적, 어느 면으로는 좀 더 터프한 느낌이 있지 않을까. 말투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40대가 가장 표현하기 어려웠다는 김고은은 "극 중에서는 40대 초반인데 아직 제가 40대가 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을 많이 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넘어가는 것이 외적으로 큰 변화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요즘은 그렇게 큰 변화라고 할 정도는 아니더라. 분장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40대가 가진 기운에 좀 더 집중했다. 그리고 40대의 은중이는 혼자 글을 쓰는 작가가 됐고 10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작가로 살았기 때문에 30대 때보다는 좀 더 차분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은중과 상연'을 촬영하면서 소중했던 친구들이 떠올랐다며 "20대의 전부를 함께 했던 친구들이었고, 제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내 자존감 지킴이인 것 같다고. 20대에 많은 작품들을 했지만 작품에서 인정을 못 받는 순간들도 있었을 거고, 그럴 때마다 친구들이 '너는 정말 특별한 배우야'라는 말을 꼭 해줬다. 그들이 저의 20대를 건강하게 잘 버티게 해준 친구들이 아닐까 싶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극 중 은중은 상연의 스위스 조력사망 여정에 동행한다. 김고은은 누군가 조력사망 여정에 동행해달라는 부탁을 하면 어떨 것 같은지 묻자 "개인의 고민인 것 같다. 그런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안락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얹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만약 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그런 선택에 동행해달라 하면 동행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스위스 촬영이 심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한 8~9일 정도 스위스에 있었는데 막 은중이가 울고 불고 막 이러지 않는다. 상연이도 그렇고 서로 울고 불고 난리 치는 건 아니기 때문에 8~9일 내내 속이 얹힌 느낌으로 계속 울음을 참고 지현이도 그런 인물이니까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떠올렸다.

김고은은 "이 작품은 액션보다는 리액션에 집중해야 했던 롤이었다. 처음 이 작품을 받았을 때 제가 이 작품에서 해내야 하는 몫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이 긴 호흡의 작품에서 저의 역할은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잘 이끌어 갈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지현과의 호흡에 대해 "상연은 깊은 서사와 널뛰는 감정선,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은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잘 해내줄 수 있는 배우가 와주길 바랐고, 박지현이란 배우가 정말 반짝반짝 빛이 나서 정말 좋았다. 작품을 다 보고 난 뒤에는 '지현아, 이렇게 같이 동행해줘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제가 느꼈던 감정은 어린 시절 은중이가 반짝반짝 빛나는 상연이를 봤을 때의 느낌이었다. 배우 박지현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현이가 저를 너무 사랑해 줘서 호흡이 정말 좋았다. 아주 사랑을 듬뿍 듬뿍 받으면서 촬영을 했다"며 "지현이는 저를 외적으로 많이 챙겨줬다. 제가 서치력이 안 좋은 편이 아닌데 지현이를 이길 수가 없다. 정말 추운 겨울에 촬영했을 때 융털이 있는 내복이라든지, 그것도 아래 위로 한 벌만 주는 게 아니라 두 벌을 번갈아가며 툭 주고 갔다. 설명도 자세히 안 하고 툭 주고 가는데 그게 포인트였다. 털이 가득한 부츠는 많은데 지현이가 주는 부츠는 본 적이 없는 거였다. '이거 신어 언니, 발 사이즈 몇이지?' 하면서 가고 그랬다. 츤데레도 아니고 남자친구 같이 필요한 것들을 줬다"고 떠올렸다.

극 중 은중과 상연은 애증의 관계이지만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다. 김고은은 "상연이한테는 은중이가 가족 같은 느낌이 있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상연이는 엄마도 그렇게 미워했지 않나. 그리고 남는 이름이 윤현숙, 천상학, 류은중이었던 걸 보면 이게 그냥 우정으로만 정의 내리기는 어려운 관계성인 것 같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깊은 사랑이 있지 않을까. 애증일 수도 있지만 사랑에 가까운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은중이에게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삶을 돌이켜 봤을 때 남는 이름으로 그 인생을 정의할 수 있다면 저는 관계는 무조건 쌍방이라고 생각을 해서다. 그 사람한테 내가 그런 존재면은 나한테도 그 사람이 그런 정도의 영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고은은 당부하고 싶은 말로 "저는 이 작품을 보시는 분들의 반응이 은중이나 상연이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를 바랐다. 은중이와 같은 모습도 있고 상연이 같은 모습이 있는 것처럼 두 인물을 이해하게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의 표면적으로 보면 상연이라는 인물은 미움을 받을 수 있고 이해받지 못할 수 있다. 은중이는 은중이 자체로 이해하고 받아들였을 수 있는데 상연이는 좀 들여다봐줘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개연성을 박지현 배우가 해낸 거라고 생각한다"며 박지현을 치켜세웠다.

김상학을 연기한 김건우에 대해서는 "김건우는 굉장히 부드럽고 상학과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섬세하고 말투도 다정한 인간이다. 연기도 너무 잘하고 디테일이 있지만 사람 자체도 디테일하다. 저랑 지현이는 장난기도 많은데 넓은 사람처럼 다 받아준다. 저랑 동갑인데 오빠미가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극 중 김상학과 상연이 은중을 두고 '긴 밤 산책'을 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저는 안 된다. 둘이 뭐 하는 거야, 그건 아닌 것 같다. 선을 넘은 것 아닌가. 긴 밤 산책은 좀 아니지 않나"라고 단호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은중과 상연의 어린 시절을 맡은 아역배우 도영서, 박서경에게는 애정을 가득 담았다. 김고은은 "몰입을 너무 잘해서 충격 받았다. 어디서 이렇게 연기 잘하는 친구들이 있지 싶더라. 감독님과 작가님도 그렇게 통으로 끌고 가는 선택을 한 것도 용감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했다. 첫 스타트를 잘 끊어준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김고은은 시청자들이 '은중과 상연'을 보면서 느꼈으면 좋겠는 감정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 "보고 나서 마음에 남았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생각이다. 그런 생각도 많이 들고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만의 기준이 있지 않나. 내 기준선에 맞춰주길 바라고 은중이도 자신이 생각하는 예뻤던, 좋았던 상연의 기준이 있으니까 자꾸 막 끌고 오려 하고 그게 사실 온전히 이 사람을 받아주는 건 아닌 거다. 그러니까 '좋은 관계가 과연 뭘까'라는 생각을 진짜 많이 하게 됐다"며 "그리고 온전히 그 사람을 받아내 주는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런 경험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온전히 그 사람 자체를 받아주는 그런 관계가 굉장히 어렵겠구나. 어렵겠지만 한 번쯤은 그런 관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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