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그래픽노블 26일 출간
1950~70년대 한국미술사 기록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1931∼2023)는 삶을 세세하게 기록한 기록자였다. 그가 팔순을 넘겨 남긴 자전적 글을 모은 자서전이 처음으로 출간된다. 박 화백의 어린 시절부터 작고 직전까지를 다룬 그래픽노블(문학적 구성을 지닌 만화)도 함께 나온다.
박서보재단은 이탈리아 미술 전문 출판사 스키라를 통해 자서전 '박서보의 말'과 그의 일생을 그린 그래픽노블 '박서보'를 26일 전 세계에 동시 출간한다고 24일 밝혔다. 박서보의 차남인 박승호 박서보재단 이사장이 총괄 편집을 맡았고, 작가 조진호가 그래픽노블을 담당했다. 스키라가 한국 작가를 조명한 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서보의 말'은 박 화백이 직접 쓴 미완성 원고가 기반이다. 1980년대 초에서 기록이 멈춘다. 그래서인지 작가로서의 소회보다는 1950∼70년대 한국 미술의 나아갈 길을 고민한 교육자이자 행정가로서 박서보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젊은 시절 구상 위주의 주류 화단에 저항해 앵포르멜(비정형) 화풍을 주도하고 반(反)국전 운동을 벌인 장면과, 해외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 일본 화단과 파리·상파울루 비엔날레로 한국 작가의 작품을 실어나른 얘기가 생생히 묘사된다. 스승인 김환기·이응노, 동료였던 김창열·이우환·하종현 등 한국 미술 대표 작가들의 모습도 박서보의 눈을 통해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박 이사장은 “(언급되는 분들의) 동의를 얻어야 할 내용들은 책에 포함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편집했다”며 “현대미술사에 관심 있는 분들은 내용을 다 알아듣고 흥미롭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1950~70년대 한국미술사 기록
24일 서울 서대문구 박서보재단에서 열린 박서보 화백 자서전 '박서보의 말'과 그래픽 노블 '박서보' 출간 기념 좌담회에 앞서 공개한 수장고에 박서보 화백의 조각상이 놓여 있다. 작고 3년 전의 모습을 3차원(3D) 프린터로 제작했다. 연합뉴스 |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1931∼2023)는 삶을 세세하게 기록한 기록자였다. 그가 팔순을 넘겨 남긴 자전적 글을 모은 자서전이 처음으로 출간된다. 박 화백의 어린 시절부터 작고 직전까지를 다룬 그래픽노블(문학적 구성을 지닌 만화)도 함께 나온다.
박서보재단은 이탈리아 미술 전문 출판사 스키라를 통해 자서전 '박서보의 말'과 그의 일생을 그린 그래픽노블 '박서보'를 26일 전 세계에 동시 출간한다고 24일 밝혔다. 박서보의 차남인 박승호 박서보재단 이사장이 총괄 편집을 맡았고, 작가 조진호가 그래픽노블을 담당했다. 스키라가 한국 작가를 조명한 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서보재단이 펴내고 스키라를 통해 출판되는 박서보 자서전 '박서보의 말'과 그래픽 노블 '박서보'. 박서보재단 제공 |
'박서보의 말'은 박 화백이 직접 쓴 미완성 원고가 기반이다. 1980년대 초에서 기록이 멈춘다. 그래서인지 작가로서의 소회보다는 1950∼70년대 한국 미술의 나아갈 길을 고민한 교육자이자 행정가로서 박서보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젊은 시절 구상 위주의 주류 화단에 저항해 앵포르멜(비정형) 화풍을 주도하고 반(反)국전 운동을 벌인 장면과, 해외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 일본 화단과 파리·상파울루 비엔날레로 한국 작가의 작품을 실어나른 얘기가 생생히 묘사된다. 스승인 김환기·이응노, 동료였던 김창열·이우환·하종현 등 한국 미술 대표 작가들의 모습도 박서보의 눈을 통해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박 이사장은 “(언급되는 분들의) 동의를 얻어야 할 내용들은 책에 포함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편집했다”며 “현대미술사에 관심 있는 분들은 내용을 다 알아듣고 흥미롭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노블 '박서보' 중 박서보가 여성운동가 출신 스님 김일엽을 찾아가 '나를 비운다'는 화두를 얻는 장면. 박서보재단 제공 |
그래픽노블 '박서보' 중 박서보가 차남의 낙서를 보고 '체념'의 정서를 깨달아 '묘법'을 만드는 장면. 박서보재단 제공 |
그래픽노블에서 박서보의 대표작 '묘법' 탄생 일화도 소개된다. 젊은 시절 여성운동가이자 승려인 김일엽으로부터 '자신을 비워내고 자신을 만나야 한다'는 화두를 얻은 박서보는 훗날 차남의 낙서를 보고 '체념'의 정서를 찾아내 '연필묘법'을 탄생시켰다. '색채묘법'의 시대로 넘어와서는 산의 단풍과 제주의 하늘·바다를 보고 작품에 색을 더하는 장면이 묘사된다. 조진호는 "박서보는 평생 바쁘고 성실하게 살았지만, 그의 작품은 고요하다"면서 "작품을 통해 뜨거운 마음을 삭이고 최대한 단순해지고 나를 비워내 얻는 평안과 치유를 선물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박서보 묘법. 국제갤러리 제공 |
이번 동시 출간은 박서보의 예술과 사상, 한국 미술사 전반을 해외에 알리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박 이사장은 "박서보뿐 아니라 그와 함께 시대를 이끌어 나갔던 작가들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서보미술관도 내년 개관 예정이다. 지하 2층·지상 3층 규모로 현재 재단 옆에 신축 중이다. 박서보미술관 제주 건립도 재추진해 내년 말 개관 예정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