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지자체·항만공사 3년 넘게
광양항 폐기물 알고도 방치해
“화약고” 경고에도 손 놓은 당국
수사는 표류·지자체는 책임 회피
안전불감증이 만든 인재 총집합
지난 13일 전남 광양시의 한 폐자재 공장에서 시작돼 9일 만에 가까스로 진화된 화재는 행정 당국의 총체적 무관심이 빚어낸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양시와 여수광양항만공사 등 관계 기관은 지난해 7월 본보 보도로 이미 광양항 일대에 화재 우려가 있는 알루미늄 폐기물 수천 톤이 방치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1년 넘게 책임을 서로 미룬 탓에 위험 요소를 제거할 기회를 날려버렸다.
폐기물의 주인을 찾겠다고 나선 서해해양경찰청도 3개월간 변죽만 울리다 수사 개시조차 못 한 채 조사를 중단해 버렸다. 불법 알루미늄 폐기물이 국가항인 광양항에 화약고처럼 방치됐지만, 책임지고 문제 해결에 나선 기관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광양항 폐기물 알고도 방치해
“화약고” 경고에도 손 놓은 당국
수사는 표류·지자체는 책임 회피
안전불감증이 만든 인재 총집합
지난 18일 정인화 광양시장 등이 전남 광양항 동측 배후단지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한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광양시 제공 |
지난 13일 전남 광양시의 한 폐자재 공장에서 시작돼 9일 만에 가까스로 진화된 화재는 행정 당국의 총체적 무관심이 빚어낸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양시와 여수광양항만공사 등 관계 기관은 지난해 7월 본보 보도로 이미 광양항 일대에 화재 우려가 있는 알루미늄 폐기물 수천 톤이 방치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1년 넘게 책임을 서로 미룬 탓에 위험 요소를 제거할 기회를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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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의 주인을 찾겠다고 나선 서해해양경찰청도 3개월간 변죽만 울리다 수사 개시조차 못 한 채 조사를 중단해 버렸다. 불법 알루미늄 폐기물이 국가항인 광양항에 화약고처럼 방치됐지만, 책임지고 문제 해결에 나선 기관은 단 한 곳도 없었다.
2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양항 일대에 알루미늄 폐기물이 방치된 것은 2021년으로 4년 전이다. 당시 한 업자가 수출 예정인 시멘트 원료를 잠시 보관하겠다고 속여 폐기물을 들여온 뒤 잠적하면서다. 업체 3곳이 같은 수법에 당했고, 각각 2,000~3,000톤의 알루미늄 폐기물이 국가항 한복판에, 그것도 3년 넘게 방치됐다.
지난 2022년 11월 피해자의 신고로 수사에 나선 해경은 바지사장 격 인물 2명만 기소했을 뿐, 그 많은 폐기물이 언제 어디서 왜 발생해 어떤 과정을 거쳐 광양항까지 흘러들어왔는지 등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지난 2024년 당시 전남 광양시 광양항 한 물류창구에 방치된 알루미늄 폐기물 더미. |
그러다 지난해 8월쯤 해경은 폐기물 원소유주를 찾기 위한 내사(입건 전 조사)를 다시 벌였다. 이 과정에서 폐기물이 대기업 A사에서 반출됐다는 진술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해경은 주요 참고인 중 일부가 해외로 도피했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대며 수사를 정식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압수수색 영장조차 신청하지 않아 폐기물 이동 경로를 추적할 금융거래 내역이나 통화기록 등 가장 기본적인 자료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다가, 3개월 만에 돌연 조사 중지라는 황당한 결정을 내렸다.
해경 수사가 표류하는 동안,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광양시와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화재가 발생한 곳 인근에는 지금도 2,500톤에 달하는 알루미늄 폐기물이 여전히 방치돼 있다. 과거 이 폐기물 더미에서는 유독가스가 새어 나오고 불꽃이 튀는 등 위험 신호가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광양시는 항만공사 관할이라며 문제를 외면했고, 항만공사 역시 "폐기물은 원인 제공자가 처리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1년 넘게 반복하고 있다.
결국 관계 당국의 무관심과 책임 떠넘기가 대형 화재로 이어졌고, 그 결과 시민들은 9일 동안 유독가스와 연기에 시달리며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불에 탄 폐기물 분진이 주택가로 날아들어 창문과 차량에 내려앉는 등 2차 피해도 발생했다. 주민들은 두통과 눈 충혈, 기침과 같은 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방치된 나머지 폐기물에 대한 해결책을 현재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지사장 격인 이모씨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오는 10월까지 남은 폐기물을 처리하는 조건으로 보석으로 출소했다. 그러나 이씨는 과거에도 수차례 폐기물을 처리하겠다며 시간 끌기만 반복한 전력이 있어 이번엔 실제 남은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광양시 관계자는 "남은 폐기물 더미들은 이미 수년간 방치돼 더 이상 가스가 나오지 않는다"며 "현재는 화재 위험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해해경 관계자는 "불입건 결정(입건 전 조사 중지) 후 참고인의 입국 사실 확인 등 지속적인 소재 파악을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 중지된 상태지만 수사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