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아흐메드 샤라아 시리아 과도정부 임시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열린 80회 총회에 참석했다. AFP 연합뉴스 |
시리아 대통령이 이란 침공 목적으로 자국에 항공로를 열어두라는 이스라엘의 굴욕적인 요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아에프페(AFP)와 로이터통신 보도를 보면, 아흐메드 샤라아 시리아 과도정부 임시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중동연구소’(MEI) 행사에 참여해 “이스라엘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우리 영공을 침범하고, 영토에 침입하는 것은 여러 위험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샤라아 대통령은 이어 “이스라엘과 문제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이스라엘을 두려워하는 쪽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시리아 영공에 이란으로 가는 항로를 열어두고, 시리아 골란고원 완충지대의 헤르몬산 정상 기지에는 이스라엘군이 주둔을 유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안보협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아사드 정부가 축출되고 14년 간의 내전이 종식되자, 이스라엘은 국제연합(UN)이 관리하는 골란고원 완충지대로 침입해 9곳에 기지를 세우고 시리아를 공격해왔다. 이후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1000회가 넘는 공습을 가하고, 400회가 넘는 지상 침공을 단행했다고 샤라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밝혔다. 최근 시리아와 이스라엘은 완충지대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하고, 시리아 국경 지역에 비무장지대를 설정하는 내용의 안보협정을 논의하는 중이다.
샤라아 대통령은 자국 영토를 분할해야 한다는 요구를 일축했다. 샤라아 대통령은 “시리아 분할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이라크와 튀르키예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은 국가 편입을 거부하며 쿠르드족의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의 새 헌법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쿠르드족이 영토를 분할해 독립 국가를 세우면 이라크와 튀르키예에 있는 쿠르드족이 같은 요구를 하며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 또한 시리아를 민족과 종파별 자치구로 구성하는 연방국가로 바꿀 것을 올해 초 유럽연합에 촉구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스라엘은 샤라아 대통령의 과거 지하디스트와 연계를 지적하며, 이슬람주의가 주도하는 시리아 정부에 적대감을 드러내며, 미국을 상대로 시리아를 약화시키고 분권화된 상태로 두도록 로비해왔다”고 보도했다.
22일(현지시각) 아흐메드 샤라아 시리아 임시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 뉴욕 팰리스호텔에서 만나 테러리즘 대응과 미국인 실종자 수색에 대해서 논의했다. AF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유엔 총회 기간 동안 이스라엘과 시리아 안보 협정을 체결해 발표하려 했지만 지연되고 있다고 톰 배럭 시리아 특사(주튀르키예 미국 대사)가 이날 밝혔다. 배럭 특사는 유엔 총회장에서 기자들에게 유대인의 새해 명절인 ‘로시 하샤나’가 겹쳐 협상을 충분히 진전시키지 못했다며 “모든 당사자들이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24일 오전 샤라아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시리아 대통령의 연설은 1967년 이후 58년만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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