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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 박찬욱 "원작보다 웃길 수 있을 것 같았죠"

연합뉴스 박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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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겨야 더 슬프다 생각…이병헌 건치 미소 한심하게 써먹어"
"하찮으면서도 소중한 소재로 종이 택해…삶에서 영화 비중 줄여나가려 한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영화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박원희 기자 = "원작을 읽을 때 원작보다 웃길 가능성이 많이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꼭 하고 싶었죠."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이 2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블랙코미디로 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어쩔수가없다'는 해고 당한 가장 만수(이병헌 분)가 재취업을 위해 잠재적 경쟁자들을 제거해나가는 이야기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만수의 재취업 도전기를 블랙코미디로 풀어냈다. 올해 열린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첫선을 보인 뒤, 주요 외신들도 블랙코미디에 주목했다. 영화는 오는 24일 국내 관객과 만난다.

박 감독은 "블랙코미디로 할 계획은 없었고 쓰다 보니 이렇게 됐다"며 "이경미 감독을 비롯한 공동 각본가에게도 '진짜 코미디, 더 웃기게'라는 말을 가장 먼저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슬랩스틱 코미디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슬랩스틱 코미디는 주로 주연을 맡은 이병헌이 담당했다.

박 감독은 "사회 시스템 속에서 망가지는 노동자의 얘기를 다루다 보니,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타임즈'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었다"며 "이병헌 배우가 그런 것도 잘했다. 진지하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제풀에 놀라는 그런 뒷모습에 점점 제가 재미를 붙이며 제작 과정에서 슬랩스틱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속 장면[CJ ENM·모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영화 '어쩔수가없다' 속 장면
[CJ ENM·모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박 감독은 이병헌이 가진 장점도 전복시키며 지질한 만수를 완성해나갔다. 그는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병헌의 건치 미소를 한심하게 써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병헌이 가진 호소력도 적극 활용했다. 박 감독은 관객이 만수에게 공감하다가도 만수를 향한 응원을 멈추게 되는 줄타기의 역할을 이병헌이 해주길 바랐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이병헌은 눈만 봐도 그렇고, 어느 배우보다도 호소력이 강한 배우"라며 "관객이 만수에게 홀딱 넘어가 그가 잘 되길 바라면서도, 어느 순간 '내가 왜 만수를 응원하지'라며 만수가 이제 멈췄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이렇게 완성된 코미디가 냉소로는 느껴지지 않길 바랐다.

"슬픈 이야기지만, 슬픈 분위기로만 만들면 재미없고 이렇게 해야 더 슬프다고 생각했어요. 불쌍한 사람의 이야기를 갖고 이렇게 웃겨도 되냐고 비판하는 것은 단선적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을 총체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는 이런 유머도 필요하죠. 다만 그 유머는 연민에 기초해야지, 냉소주의로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연합뉴스 자료사진]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화가 유지한 원작의 설정 중 하나는 주인공이 제지 회사에 다니다가 해고됐다는 점이다. 박 감독은 종이가 남들에게 하찮게 여겨지지만 당사자에게는 소중하다는 면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종이는 우리 생활에 가까이 있으면서, 사람들이 쉽게 비벼버리는 식으로 하찮게 여겨지기도 한다"며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음식을 음미하듯이 손으로 만질 정도로 너무나 소중하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종이만 한 소재가 없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최근 세태를 반영하며 원작과 다른 설정이 반영되기도 했다. 인력을 줄이는 인공지능(AI)이 대표적이다. 영화의 마지막도 AI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쓰였다.

박 감독은 영화 후반부 작업에서 가장 늦게 손 본 마지막 장면이 가장 만족스러운 이미지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마지막으로 떠올린 아이디어가 공장의 불이 멀리서 하나씩 꺼진다는 것"이라며 "AI의 판단에 의해서 불이 꺼지는 것이다. 텅 빈 공간을 채운 암흑이 하나의 힘이 돼 인간을 밀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간을 못 맞춰 베네치아영화제 심사용 버전에는 그것이 없었다"며 "영화 속 단일한 이미지로는 공장에서 불이 꺼지는 게 참 좋았다"고 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영화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박 감독은 이번 영화를 제작하며 자기 모습도 반성하게 됐다고 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직업을 자신의 모든 것으로 여기면서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다.

그는 "한 사람의 정체성은 여러 가지 요소로 복합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라며 "영화를 못 만들면 나는 죽은 목숨인가,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영화 작업이라는 게 삶의 대부분인데요. 조금씩 그 비중을 줄여나가려 합니다. 모든 것을 다 쏟아붓지 않으면서 현명하게 살고 싶습니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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