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에 사용된 자생 송사리 사진. 산란기에 수컷 뒷지느러미의 까만 반점이 진해진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
수컷 송사리가 성호르몬인 수치가 높은 암컷을 단번에 찾아내 짝짓기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송사리 행동 특성 연구를 통해 수컷 송사리가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은 암컷을 20초 만에 찾아내 짝짓기하는 현상을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에스트로겐은 난소에서 분비돼 암컷의 생식 기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연구진은 수컷과 암컷이 서로 볼 수 없지만 물은 통하는 칸막이 수조에 넣고 짝짓기 행동 특성 실험을 진행했다.
수컷 송사리들은 성호르몬 수치(혈중 에스트로겐 농도·28pg/ml)가 높은 암컷 송소리를 20초 만에 찾아내 구애춤 등 구애 행동을 보였다. 반면 물을 차단하고 식별만 가능하게 만든 투명 칸막이 수조에서는 구애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송사리 암·수의 교미 과정.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
일반적으로 어류는 수컷의 화려한 발색이나 구애춤 등 시각적 신호에 이끌려 짝을 선택한다. 메기나 칠성장어처럼 어두운 환경에 적응해 시력이 퇴화한 일부 어류만이 호르몬에 반응해 짝을 선택한다. 눈이 크고 시력이 좋은 송사리가 호르몬에 반응해 짝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 현상이다.
연구진은 “송사리가 짝짓기 과정에서 호르몬을 중요한 ‘신호’로 인식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호르몬 유사 물질에도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에서도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비슷한 환경호르몬이 체내에 쌓이면 암수 성전환이나 번식력 저하로 이어져 결국 개체 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수생태계 건강성을 지키기 위해 환경호르몬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비스페놀 A나 프탈레이트 등 환경호르몬이 생태계에 유출될 경우 짝짓기 과정에서 호르몬을 중요한 신호로 인식하는 송사리도 번식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어류 행동학 국제 학술지 ‘피쉬즈’(Fishes)에 이달 투고될 예정이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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