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장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재확인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 발표
김정은 '비핵화 불가' 발언 겨냥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단호한 대응' 천명
대중메시지, 대북메시지 선배치 눈길
한미일 3국 '프리덤 에지' 훈련 정례화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장관과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만나 3국 외교장관회의를 갖고 북한을 비핵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의 비핵화 의지가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외교부는 이날 조 장관이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가운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다만,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첫 3국 장관회담 때는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대참을 했다. 조 장관이 참석한 3국 장관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담에서 3국 장관은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가는 가운데,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미측에 비핵화를 제외한 대화를 제시한 김 위원장에 견제구를 놓은 셈이다. 3국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체제의 유지 및 강화를 위한 국제 의무 준수를 강조하기도 했다.

성명은 또 "장거리 미사일 등 북한의 군사역량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의 영향을 포함해 북한의 러시아와의 증가하는 군사협력에 심각한 우려"도 표명했다. 조 장관은 대북제재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대화 재개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및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적극 협력하자고 했다.

미국은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과 일본에 대한 철통같은 방위공약을 약속했다. 한미일 3국 장관은 3자 다영역 훈련 '프리덤 에지'의 정기적 시행을 포함한 강력한 안보협력 증진을 통해 방위 및 억제를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대중견제 메시지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와 관련한 3국 장관 합의 사항은 대북공조보다 앞 단락에 배치됐다. 3국 장관은 중국을 직접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남중국해에서 불법적 해양 주장과 그러한 주장을 강화하려는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인도태평양에서의 항행·상공 비행의 자유를 강조했다. 아울러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및 대만 인근에서의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미일 3국 기술협력 심화방안도 공동성명에 담겼다. 3국 장관은 공급망 회복력, 디지털 인프라, 인공지능(AI), 양자, 생명공학 및 여타 신흥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심화시키자고 했다. 특히 3국은 "가장 높은 수준의 원자력 안전·핵안보·비확산 기준 하에서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선진 민간 원자로 개발과 배치를 위한 공동 노력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한편,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에게 추가적으로 '조지아 구금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새로운 비자 제도 도입이 필수적이라며 미측에 각별한 조치를 당부했다. 루비오 장관은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의제로 보기는 어렵지만, 동맹관계 등을 고려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