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에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모형. /로이터 연합뉴스 |
미국 정부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 등 혐의 재판을 담당한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대법관을 제재 리스트에 올린 데 이어 그 배우자, 배우자가 대표를 맡고 있는 연구소까지 추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남미의 트럼프’라 불렸던 보우소나루에 대한 사법 처리에 강력한 불만을 표출해왔고, 이를 이유로 브라질에 50%의 고율(高率)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22일 지모라이스를 ‘인권 유린자’라 지칭하며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가 되기를 바란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모라이스를 지원한 혐의로 배우자 비비아니 바르시 지모라이스, 비비아니가 소장을 맡고 있는 렉스 연구소를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OFAC은 “렉스 연구소가 지모라이스의 주거지를 비롯한 다른 주거용 부동산을 소유하는 등 지주 회사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모라이스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검열, 임의적 구금, 정치적 기소 같은 탄압 캠페인에 책임이 있다”며 “오늘의 조처는 재무부가 인권을 침해하는 지모라이스를 물질적으로 지원한 개인들을 계속 표적으로 삼을 것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재무부는 지난 7월 30일 지모라이스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는데, 이번에 가족과 그 가족이 운영하는 기관까지 대상을 넓히며 압박을 더욱 강화했다.
지난 11일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보우소나루에 대한 재판에서 징역 27년 3개월의 중형(重刑)을 선고하자 트럼프는 이를 ‘마녀 사냥’으로 규정하고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 크리스토퍼 랜다우 국무부 부장관은 외교관을 지낸 자신의 부친까지 호명하며 “브라질과의 관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 위기는 부친이 반세기 전에 말씀하신 외교의 기본적인 요점을 재확인하기에 좋은 기회다” “외교관으로서 우리의 임무는 다른 주권 국가에 무얼 해야 할지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일”이라고 했다. 브라질에 대한 외교 압박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 건데, 보우소나루의 장남 등은 트럼프 일가와도 가까운 사이다. 이번 국면에서 워싱턴 DC 등을 찾아 부친 구명(救命)을 위한 상당한 로비도 전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이런 압박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정부는 성명에서 “이번 조처는 브라질 주권에 대한 공격이자 부당한 내정 간섭을 위한 새로운 시도”라며 “침략 행위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제재 대상이 된 지모라이스 역시 의견서에서 “(이번 제재는) 법과 기본권을 존중해 온 미국의 역사적 흐름과 상반될 뿐만 아니라 국제법, 브라질 주권과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저는 제 헌법적 사명을 계속해서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모라이스를 제재하면서 중대한 인권 침해를 저지른 이를 제재할 수 있도록 행정부에 권한을 부여한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을 활용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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