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백성을 중심에 둔 세종대왕의 사법 철학은 시대를 초월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법의 가치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법치와 사법 독립의 정신을 굳건히 지켜내고 정의와 공정이 살아 숨 쉬는 미래를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세종 국제 콘퍼런스는 세종대왕의 법 사상을 기반으로 법치주의와 사법 독립을 성찰하고 인공지능(AI) 도입 등 사법 발전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대법원이 9년 만에 개최하는 국제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싱가포르·일본·중국·필리핀·호주·그리스·이탈리아·라트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몽골·카자흐스탄 등 11국의 대법원장과 대법관, 국제형사재판소(ICC) 전현직 소장 등이 참석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40여 분에 걸친 개회사에서 “세종대왕은 이미 ‘법의 지배’와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시대를 앞서서 실현했다”며 법률가로서 세종대왕의 업적을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세종대왕은 통일된 법전을 편찬하고, 백성들에게 법조문을 널리 알려 법을 알지 못해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했다”면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백성들이 억울함이 없도록 형사사건 처리를 분명하게 기록하게 하고, 사건 처리가 장기간 지체되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문과 지나친 형벌을 제한함으로써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했고, 죄수들이 감옥에서 더위나 추위, 질병으로 억울하게 죽는 일이 없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은 또 1430년 토지 조세 제도인 공법(貢法) 제정을 앞두고 전국 백성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벌인 사례를 언급하면서 “세종대왕은 법의 공포와 집행에 있어서 백성들에게 충분히 알리셨고 전국적으로 민심을 수렴해 백성들의 뜻을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도 했다. 세종대왕이 노비에게도 출산휴가를 보장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법조인은 인간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관한 사건을 다룬다”며 “인류 모두가 세종대왕의 측은지심을 바탕으로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개회사 말미에 “세종대왕은 국정 운영에서 신하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필요할 경우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올바른 결론에 이르기를 주저하지 않으셨다”며 “세종대왕의 법 사상을 기리고자 마련한 이번 행사가 법치주의와 사법의 이상을 새롭게 확인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법관 증원이나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등 현안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사법 구조 개편’ 논의에 사법부 참여와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한편, 서울고법은 이날 ‘3대 특검’이 기소한 사건의 신속한 항소심 심리를 위해 ‘집중 심리 재판부’를 운영하고 형사재판부 증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특검 기소 사건 중 쟁점이 동일하거나 사실관계가 중복되는 사건을 같은 재판부에 배당하겠다”며 “제척·기피 사유가 없는 재판부를 대상으로 무작위 배당을 하고, 집중 심리 재판부에는 다른 특검 기소 사건을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고법은 또 3대 특검법 개정안에 따라 재판이 중계될 가능성에 대비해, 법관들에게 중계 방식과 중계 장비 등에 관한 준비 상황을 공유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도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 장관 등 군 관계자 사건, 경찰 지휘부 사건 등 내란 사건 1심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형사25부에 판사 한 명을 추가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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