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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李 “북-미 핵 동결 합의 수용”… ‘북핵 용인’ 잘못된 신호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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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면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확정하자,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만나겠다는 조건을 건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BBC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이 북핵 제거 대신 당분간 핵무기 생산을 동결하는 합의를 하면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 대통령의 ‘동결-축소-폐기’ 3단계 비핵화 구상은 거부하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다고 했다.

김정은의 발언은 트럼프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과 올해 만나고 싶다고 밝힌 이후 나왔다. 문제는 ‘비핵화는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는 점이다. 미 정부는 대외적으론 북한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북한을 ‘핵국가’라 부르며 핵 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노벨 평화상을 노리는 그로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비핵화보다 당장의 관계 개선을 통해 ‘피스메이커’ 역할을 과시하려 들 수도 있다.

이 경우 비핵화는 첫 단추부터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핵 동결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밝혔지만, 김정은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어떤 구상도 수용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냈다. 이러면 북-미가 동결에 합의한다 해도 비핵화의 입구가 아니라 북한이 원하는 핵보유국 간 핵군축 협상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더욱이 김정은은 연설에서 대남 핵 공격 위협을 빠뜨리지 않았다.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 등 미 정부 인사들은 미 본토를 위협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해 왔다. 북-미가 ICBM 폐기에 국한된 ‘스몰딜’에 합의한다면 북-미 협상은 진전되는데 우리의 안보 위협은 커지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이 대통령의 페이스메이커 구상은 남북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북핵 해결을 위해 미국이 협상을 주도해도 된다는 현실론이다. 하지만 북-미 간 합의라면 북핵 용인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도, 미국에도 줘선 안 된다. 트럼프가 김정은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도록 북-미 접촉 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미 북핵 원팀’이 돼야 한다. ‘트럼프와의 협상은 곧 한미와의 협상’ 수준이 돼야 북-미 대화가 비핵화 궤도에서 이탈하는 걸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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