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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R&D 칼질’에 연구자 실직 급증… 이런 ‘정책 자해극’ 다신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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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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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과학기술계에서 일자리를 잃은 연구자들이 3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연·생명과학 연구직과 정보통신 연구개발직·공학기술직에서 구직급여를 신청한 사람은 2만80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30.6% 증가했다. 특히 구직급여를 신청한 연구자 10명 중 7명이 30대 이하로, 신진·청년 연구자를 중심으로 실직이 크게 늘었다.

이는 윤석열 전 정부가 느닷없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대규모로 삭감한 여파가 아닐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이 재작년 6월 “나눠 먹기식, 갈라 먹기식 R&D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뒤 정부의 R&D 예산은 2023년 31조1000억 원에서 지난해 26조5000억 원으로 15% 축소됐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늘어났던 R&D 예산이 정부의 제대로 된 설명이나 부처 간 의견 조율도 없이 돌연 삭감된 것이다.

대학에 배당되는 연구비가 일괄 축소되자 고용 안정성이 낮은 박사후연구원, 비전임 교원 등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실을 떠나야 했다. 지난해 4대 과학기술원에서만 950여 명의 연구 인력이 이탈했다고 한다. ‘생애 첫 연구’ ‘기본 연구’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이 사라지면서 장기 투자가 필요한 기초과학 연구가 멈춰 서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과학기술 연구 생태계가 무너지고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자 윤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재작년 수준으로 원상 복구시켰지만 후유증은 여전하다. 올 1∼7월에도 자연·생명과학 분야 구직급여 신청자는 4000명에 육박한다. 실직자 증가 폭은 대폭 축소됐지만 현장 연구자들의 불안감과 사기 저하는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새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을 역대 최대인 35조3000억 원으로 편성하며 기초과학 지원과 인력 양성을 통해 연구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르네상스는 재정 투입과 일회성 구호만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인재 양성과 연구 기반 구축에 나서고 연구 현장 전반에 걸쳐 혁신과 도전을 북돋아야 한다. 자의적 판단이 개입된 오락가락 정책으로 백년대계인 국가 R&D 지원을 흔드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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