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보름 전,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서 300여명의 한국인 기술자가 체포됐다는 소식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당시 기술자들은 현지 공장 가동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에 입국했으나, 이민당국은 이들이 ‘불법’적 업무를 했다 여겨 무더기로 체포했다.
체포 상황을 기록한 영상은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끔찍했다. 기술자들을 벽면에 거칠게 몰아세우고, 수갑을 채우고 족쇄를 끼우는 등. 당사자의 존엄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후 구금된 이들 가운데에는 임신부도 있었고, 강제 접종을 당하고 혼절한 사람도 있었다. 수감 시설로 향한 기자는 접근 금지를 명하는 경찰로부터 귀갓길 주변 ‘악어’를 조심하라는 속뜻을 알기 힘든 비아냥에 가까운 언사를 듣기도 했다. 구금의 적법성을 따지는 것은 고사하고, 당시 상황은 합법과 불법 논의가 무색하게 인간에 대한 경멸적 조치부터 문제였다.
여러 언론에서 조지아주 구금 사태를 두고 미국인 일자리 보호 등 경제적 시각 또는 한·미 외교 마찰 우려 등 외교적 시각에서 활발하게 다루고 있다. 작금의 문제는 단순히 300여명 체포 사태를 넘어 양국 입장에서 분명하게 셈할 필요가 있는 정치적 현안이다. 그러나 한편 이번 사태로 혐오의 모습을 반추할 필요가 있다.
체포 상황을 기록한 영상은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끔찍했다. 기술자들을 벽면에 거칠게 몰아세우고, 수갑을 채우고 족쇄를 끼우는 등. 당사자의 존엄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후 구금된 이들 가운데에는 임신부도 있었고, 강제 접종을 당하고 혼절한 사람도 있었다. 수감 시설로 향한 기자는 접근 금지를 명하는 경찰로부터 귀갓길 주변 ‘악어’를 조심하라는 속뜻을 알기 힘든 비아냥에 가까운 언사를 듣기도 했다. 구금의 적법성을 따지는 것은 고사하고, 당시 상황은 합법과 불법 논의가 무색하게 인간에 대한 경멸적 조치부터 문제였다.
여러 언론에서 조지아주 구금 사태를 두고 미국인 일자리 보호 등 경제적 시각 또는 한·미 외교 마찰 우려 등 외교적 시각에서 활발하게 다루고 있다. 작금의 문제는 단순히 300여명 체포 사태를 넘어 양국 입장에서 분명하게 셈할 필요가 있는 정치적 현안이다. 그러나 한편 이번 사태로 혐오의 모습을 반추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이번 문제를 인종에 기반한 혐오로 바라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혐오는 법률적으로 협소하게 해석되는 경향이 있어 동아시아 사람의 외모를 흉내 내고자 눈을 찢는 모습을 보이거나, 모욕적 언사를 내뱉는 정도만을 가리킨다고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혐오는 노골적 행위 이상으로 더 깊은 문제다.
UC버클리대 멜 천 교수는 인종 혐오에 대해, 다른 국적과 인종의 사람이 공동체를 침범하는 잠재적인 적이자 ‘침입자’처럼 간주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내포한다고 보았다. 공동체를 위협하는 오염된 대상이 순결한 이들 사이에 ‘침투’하는 감염원으로 취급하는 시각이 커질수록 거침없는 혐오 행태가 재현되는 셈이다.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다른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을 감염원이자 바이러스로 간주하는 태도. 멜 천 교수의 이 분석은 조지아주 사태와도 맞닿아 있다. 당시 기술자들은 현지 공장 업무를 지원하러 갔음에도, 국가와 공동체에 침투하고 위협하는 감염원처럼 식별되었다. 당시 기술자들이 바이러스처럼 여겨졌다면, 그리고 이러한 시각이 체포영장 없는 구금과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를 정당화했다면 이는 명백한 혐오의 한 단상인 셈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혐오의 의미를 확장해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우리 사회 또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도 사회를 지원하고 지탱하는 외국인들을 바이러스처럼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당장 2년 전까지 외국인 노동자를 포획해 새우꺾기를 하고 무기한 구금까지 일삼았던 반인권적 국내 행정체계는 과연 개선되었는지. 우리가 겪은 부당한 혐오의 경험이 한낱 일화로 시들지 않길 바란다. 이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혐오를 넓게 인식하는 계기를 이루길 바란다. 미국 공장에서 일했던 한국인 노동자도, 한국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도 바이러스 아닌 동료로서 마땅히 존중받을 수 있도록.
변재원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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