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가현 수습기자] 세계 각국 법조계 인사들은 사법 접근성 제고 방안과 관련해 ‘장애인·고령자·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가 소외된 현실을 마주하고, 사람 중심 사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법원은 2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세종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싱가포르·일본·중국·필리핀·호주·그리스·이탈리아 등 10여개 국가의 대법원장과 대법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전·현직 소장과 재판관 등이 참석했다.
두 번째 세션 ‘평등의 길: 모두를 위한 사법’ 좌장을 맡은 앤드류 벨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법원장은 “법치는 중요하지만 사법에 대한 접근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며 “정의라는 건 모두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 사회적 약자가 현실에서 사법 접근권을 존중받지 못한다”며 정부와 시민사회가 접근을 현실화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앤드류 벨(왼쪽 첫번째)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법원장이 2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종국제콘퍼런스’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
대법원은 2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세종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싱가포르·일본·중국·필리핀·호주·그리스·이탈리아 등 10여개 국가의 대법원장과 대법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전·현직 소장과 재판관 등이 참석했다.
두 번째 세션 ‘평등의 길: 모두를 위한 사법’ 좌장을 맡은 앤드류 벨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법원장은 “법치는 중요하지만 사법에 대한 접근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며 “정의라는 건 모두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 사회적 약자가 현실에서 사법 접근권을 존중받지 못한다”며 정부와 시민사회가 접근을 현실화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 사법절차 문턱 낮추기 위해 서비스 다양화
야스마니 료스케 일본 최고재판소 대법관은 사법절차 접근성을 높이는 일본 법원의 노력을 소개했다.
일본은 경제적 취약계층이 사법절차에서 소외되지 않게끔 서비스를 마련했다. 예컨대, 경제적으로 어려운 민사사건 당사자가 법원 서류를 제출할 때 즉시 납부할 소송 비용이 없다면 납부를 유예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놨다. 또, 일본법률지원센터는 일정 기준 이하 재산이나 소득을 지닌 개인에게 변호사 비용을 지원하는 민사법률구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고령자·장애인·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도 있다. 예컨대, 법원은 장애인 전용 주차 공간, 휠체어 경사로, 다목적 화장실 등을 제공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게재해 사전 방문객들이 법원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끔 한다. 일본 내 외국인 거주자가 증가하며 사법절차를 이용하는 외국인 또한 늘어나자 62개 언어의 통역을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서비스 개선에도 노력하고 있다. 일본 법원은 사용자 관점에서 콘텐츠를 재구성해 홈페이지를 손보고, 챗봇을 도입했다. 내년부터는 민사소송에 사용되는 모든 서류를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장치도 마련된다. 서류 제출을 위한 스캔기를 두거나, 서류 업로드를 대신해 주는 직원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야스마니 일본 대법관은 “모든 사람이 공정하고 적정한 사법절차에 접근하거나 분쟁을 해결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면 정의는 실현될 수 없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친근한 법원 위해 배치 변경·협력 체계 구축
니코 트와인 네덜란드 항소법원 판사는 사법절차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네덜란드 법원의 시범사업을 소개했다.
네덜란드 법원은 문턱이 낮은 법정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와인 판사는 “소송당사자가 법원에 오게 되면 겁을 먹기 쉽다”며 “이에 법원은 테이블을 간단하게 배치하고, 법관과 당사자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할 수 있게끔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와 판사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판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분쟁 및 갈등을 검토하고 판결을 내린다”고 말했다. 또, 네덜란드는 변호사 비용을 국선변호사 시스템과 같이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공무원, 사회복지사 등과 협력한다. 사회복지사의 경우 법관들이 소송 당사자들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공감할 수 있게끔 개개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사건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또, 당사자들에 대한 이해할 수 있는 심리 과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트와인 판사는 “협력을 기반으로 하면 사법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과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해당 절차를 통해 90% 상당 합의를 통해 조율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사람 중심 사법으로 접근성 높이고 사회적 비용 절약해야
타티아나 테플로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공거버넌스팀장은 사법절차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으로 사람 중심 사법을 강조했다.
테플로바 팀장은 “50억명 이상이 유의미한 사법 절차를 누리지 못해 사법격차가 심히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사법에 접근하지 못해 미결된 법률문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국가 GDP(국내총생산)의 3%에 달한다”며 공적인 사법제도와 대체적인 분쟁해결절차가 사용되는 빈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결 법률 문제는 사회적 취약계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노년층, 장애인, 저소득층의 경우 더욱 그 정도가 심하다. 테플로바 팀장은 “이들이 겪는 법률문제가 사실상 해결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람 중심 사법을 실현하기 위해선 사법 시스템을 설계할 때 사용자 경험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 절차에 대한 만족도 △공정성 △결과의 명확성 △판결의 효과 등을 평가해야 한다. 또,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법적 절차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거나, 평이한 언어로 안내돼야 한다.
테플로바 팀장은 “한국은 대법원에 인공지능(AI) 사용을 위한 위원회를 설립했고, 전자사건접수시스템, 전자소송 등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사법접근성을 높였다”며 “한국과 같은 국가와 OECD 및 파트너 국가가 지도적 역할을 해 전 세계적인 사법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그는 “지연된 정의, 접근할 수 없는 정의는 결국 정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