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기자 |
헌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서울 전역에서 매일 수십 건의 시위가 열리는 것도 이 덕분이다. 특정 정책이나 사안에 대해 찬반 의사를 밝히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보장돼야 할 권리다. 이를 통해 공동체와 구성원 모두가 건강한 통합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최근 일부 시위는 ‘혐오 표출’로 변질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서는 시위대가 ‘노 차이나(NO CHINA)’ 팻말을 흔들며 “짱깨” “북괴” 같은 구호를 외친다. 중국 국기를 찢는 그림이 담긴 포스터도 등장했다. 유튜브 생중계와 소셜미디어에는 중국과 중국인을 조롱하는 말과 글이 넘쳐났다.
명동에는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겼다고 한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쇼핑하러 명동에 왔다가 시위대가 고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고 겁이 나 바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한 상인은 “중국 관광객뿐 아니라 일본, 서양 관광객도 시위대를 무서워해 명동을 피한다”고 했다. 시위가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불편을 준 셈이다.
경찰은 지난 12일부터 시위대의 명동 진입을 제한했다. 그러자 비슷한 시위가 국내 최대 중국인 거주 지역인 서울 대림동으로 번졌다. 시위 구호도 명동과 다를 바 없다. 한 주민은 “나는 한국 사람이라 중국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중국인 거주민과 관광객을 겨냥한 무차별적 혐오 표출은 여러 모로 걱정스럽다”고 했다.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도 등하교 길에 시위를 접할 수 있다. 성장기 청소년들이 혐오 표출에 노출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시위를 통한 의사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혐오 표출은 다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공동체에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고 사회적 비용을 가중할 수 있다.
정당한 의사 표현과 무분별한 혐오 표출은 구분돼야 한다. 민주주의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합리적 대화를 나누는 데서 출발한다. 맹목적 혐오 표출이 확산하면 결국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호준 기자(hj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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