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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수습’에도 커지는 10만달러 비자 수수료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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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직 비자(H-1B) 수수료를 1인당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인상하기로 하면서 미국 기업들과 직원들, 예비 구직자 및 유학생들의 동요가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이 수수료 인상이 신규 비자 신청자를 대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되면서 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테크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비자 수수료 인상에 관한 포고문 서명을 예고한 직후 직원들에게 미국을 떠나지 말라고 주문하고, 해외에 체류 중인 직원들에게도 시한 전까지 미국에 즉시 복귀하도록 안내했다. 아마존은 H-1B 소지자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발급되는 H-4 비자 보유자들에게도 미국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이들 기업들은 H-1B 비자를 통한 외국인 채용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들이다. 미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말까지 H-1B 소지 직원 규모는 아마존이 1만44명으로 가장 많았고, MS(5198명), 메타(5123명), 애플(4202명), 구글(4181명) 등으로 뒤따랐다.

CNBC는 JP 모건 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들을 담당하는 로펌들도 비자 소지자들이 당분간 미국에 머물며 해외 여행을 보류할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혼란이 커지자 백악관이 수습에 나섰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0일 “10만 달러 수수료는 신규 비자에만 적용되며, 갱신이나 현재 비자 소지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비자 소지자들은 평소와 같은 범위 내에서 출국과 재입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포고문 서명식에 자리했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연간 수수료라고 설명한 것과 달리 ‘일회성’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WSJ에 따르면 기업 인사팀들은 해외 체류 중인 직원들의 소재를 파악해 귀국 항공권을 지원하기 위한 직원 분류 작업에 나섰다. 업무 상 해외 출장 중이던 직원들은 황급히 짐을 챙겨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행 티켓을 구하는 문제 때문에 하와이나 미국령 괌으로 먼저 가는 방안을 고민하거나 미리 미국 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는 아부다비 등의 공항으로 몰리는 일도 나타났다.


기존 비자를 소지한 직원들은 이번 조치가 사실상 ‘여행 금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후 거의 하루 만에 곧바로 시행되면서 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려고 계획하던 이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부하는 인도 출신 대학원생 사티시는 블룸버그에 이십여명의 지인들이 비자 조치 발표 이후 인도로 돌아가기로 계획했다고 전했다. H-1B 비자는 미국에서 대학 또는 대학원을 졸업한 유학생들의 구직과 정착을 돕는 관문 역할을 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골드카드’ 비자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골드카드’ 비자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각국 정부들도 비자 조치로 인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H-1B 소지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인도 외교부는 “이번 조치로 인해 가족들에게 혼란이 발생하고 인도주의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미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비자 수수료 인상 조치가 시행될 경우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추산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한 해 신규 H1B 비자 14만1000개가 발급됐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연간 140억 달러를 추가로 부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큰 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스타트업, 비영리 단체들이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비자 수수료 인상의 목적이 ‘미국 노동자 보호’라는 점에서 추가 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서 “미국 노동자들이 임금을 덜 받는 외국 노동력에 의해 대체되면서 국가에 대해 경제 및 국가안보 위협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번 조치의 필요성을 강변했다.

로펌 피셔 필립스의 섀넌 스티븐슨 이민 관련 그룹 공동 의장은 “우리는 이것이 정부의 H-1B 에 대한 공격의 첫 단계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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