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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美에 3500억달러 현금 투자?…韓금융위기 올 것”(종합)

이데일리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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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BBC와 인터뷰
“日과 상황 달라…상업적 합리성 보장돼야”
“韓구금사태, 충격…기업 대미 투자 의욕 꺾일것”
“북핵동결, 현실적 임시 조치…북미 합의시 수용”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과의 교역 협상에서 현재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한국이 그대로 수용한다면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달초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한국인 300여명 체포 사건이 충격적이라면서도 한미 관계가 강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미국 간에 ‘북핵 동결’이란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 달러(약 486조원)를 전액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한다면 한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인터뷰는 이달 19일 진행됐다.

“한미간 관세 이견, 가능한 빨리 해결돼야”

한국과 미국은 올해 7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 등을 기존 25%에서 15%로 각각 낮추고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는 내용으로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구체적 이행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생기면서 한미 간 무역 협정은 아직 문서화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달 11일 미 CNBC와 인터뷰에서 한국을 거론하면서 일본의 사례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그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 명확하다. 관세를 내거나 협정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협상 중단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혈맹 사이에서 최소한의 합리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하면서 일본의 외환보유액이 한국의 두 배 이상이라는 점, 미일 간 스와프 라인, 국제 통화로서의 엔화 등 미국과의 무역협상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다르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하는 구체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가장 큰 장애물로 남아 있다”면서 “실무 협의 과정에서 제시되는 제안들은 상업적 실행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해 간극을 좁히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한국의 방위 분담금 증액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나 미국이 안보와 무역 협상을 분리해 다루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이 내년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불안정한 상황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韓구금 사태, 충격적…한미관계 강화되길”

이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강력한 개인적 유대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달 4일 미국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단속해 한국인 300명 이상이 체포·구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중에는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며 근무하던 이도 포함돼 미 이민 당국의 과도한 단속에 대한 반발과 외국기업들의 투자 위축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한국인들이 직원들에 대한 가혹한 대우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인들의 수갑 찬 모습으로 공개한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사건이 미국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동시에 이 대통령은 이번 단속이 양국 동맹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근로자들이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그는 이번 사태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아니라 과도한 법 집행의 결과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의도적인 사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했으며, 이에 대한 합리적 조치를 찾기로 합의했고 현재 협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같은 날 공개된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대통령으로서 우리 국민이 당한 가혹한 대우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에 대해 “충격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한국 속담을 인용한 뒤 이 사건을 계기로 한미 관계를 강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북 대화, 당분간 낙관적이지 않아”

이 대통령은 북한이 남한의 여러 제안을 거부하면서 당분간 남북 간 대화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 간 대화 현황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우리의 판단으로는 그들이 구체적인 대화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날 B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협상이 이뤄지고 북한이 당장 핵을 완전히 폐기하는 대신 핵무기 생산을 동결하는 합의라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매년 15~20기의 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하고 있다며 동결이 “임시 긴급 조치로서 실현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장기적 목표인 비핵화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분명한 이점이 있다”면서 “궁극적 목표를 향해 성과 없는 시도를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더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 일부라도 달성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로이터와 BBC 인터뷰에서 모두 북러 간 군사적 밀착에 대해 한국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 문제에 단순 대응으로 임하는 것은 충분치 않으며 반드시 대화와 조율을 통해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 중국 시진핑 주석이 주최한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 대통령은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국가 간 진영 대립이 심화되고 있으며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다른 진영과의 충돌이 발생할 경우 최전선에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한미일이 협력을 강화할수록 중국·러시아·북한도 더욱 긴밀히 공조하면서 경쟁과 긴장의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는 한국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며, 우리는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에서 벗어날 출구를 찾아야 한다”며 “평화적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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