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크의 사명 이어가겠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터닝포인트USA 본사 앞에서 시민들이 피살된 보수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를 애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진보에 맞서 다른 목소리 용기”
“신앙 롤모델” “Z세대 믿어줘”
커크의 백인우월주의 침묵하며
트럼프 ‘좌파와의 전쟁’엔 동조
추모식 뒤 미 분열 더 심화될 듯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리는 보수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의 공식 추모 행사를 하루 앞둔 20일(현지시간), 애리조나로 향하는 워싱턴 공항에서부터 보수주의자들의 단합회 열기가 느껴졌다. 한 남성이 또 다른 남성과 “당신도 찰리 장례식에 가냐”고 물으며 주먹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남성이 입고 있는 티셔츠에는 ‘나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등판에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날 오후 피닉스 터닝포인트USA 본사 앞은 미 전역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은 “나도 찰리 커크다”를 함께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눈물을 흘리며 망연자실해 그의 사진을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왜 이들은 얼굴 한번 본 적 없고, 공직에 취임한 적도 없는 보수 청년 활동가의 죽음에 이토록 분노하고 슬퍼하는 것일까. 이들은 커크가 ‘워크’(woke·정치적 올바름을 비꼬는 말) 때문에 말하지 못했던 것을 이야기해준 ‘용기’의 상징이자 ‘신앙’의 롤모델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커크의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 덕분에 그를 일상의 일부로 여겨온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닥친 그의 부재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캔자스에서 온 브룩은 자신이 진보 성향인 줄 알고 살아왔지만, 3년 전 커크의 영상을 보게 된 후 그에게 동의하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한 그는 “진보에서 돌아선 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나치’라는 소리를 들었다”며 자신에게 용기를 줬던 커크의 부재를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자신을 케빈이라 소개한 한 남성도 “대학에 다닐 때, 교수가 ‘A학점 받고 싶으면 인종·계급·젠더를 주제로 논문을 쓰라’고 할 만큼 워크 이데올로기가 강했다”면서 “기후변화·임신중지 같은 주제로 토론할 때도 다른 목소리는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커크는 이런 것에 맞서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공격 대상이 된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서는 청년들이 상당히 많이 눈에 띄었다. 대학생 라빈(19)은 “정치에서 관심이 멀어졌던 때에도 커크가 대학에서 하는 토론 영상은 거의 다 챙겨봤다”고 말했다. 메인주의 터닝포인트USA 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크리스티나(19)도 “기성세대가 Z세대는 아무 쓸모 없고 용기도 없다고 말할 때 커크는 청년이야말로 미국의 미래라면서 우리를 믿어줬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커크가 ‘교수 감시 목록’을 만들어 백인우월주의를 비판하는 교수들을 신고하도록 장려하고 낙인을 찍은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그가 대학을 돌며 진행한 토론 배틀은 사실 합의를 위한 토론이라기보다 지지층을 위한 ‘사이다 발언’ 무대에 가까웠다.
커크가 죽은 후 미국 사회는 더 큰 분열의 분기점에 서 있다. 케빈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선언한 ‘좌파와의 전쟁’에 대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반파시즘·반인종주의를 표방하는 좌익운동 단체인 ‘안티파’를 테러단체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케빈은 “안티파가 (보수) 정치 활동가인 부모님 집 주소를 온라인에 퍼뜨려 두 번이나 스와팅(허위 신고로 공권력을 출동시켜 상대를 괴롭히고 혼란을 유발하는 행위)을 당한 적 있다”면서 “나는 안티파가 테러단체로 지정되는 것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라빈도 “안티파는 단합이 아니라 파괴를 위한 조직”이라고 했다.
크리스티나는 “이번 사태로 커크의 죽음을 기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됐다”면서 “그것은 우리가 눈을 떠야 한다는 의미다. 커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의 사명을 이어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목소리는 21일 공식 추모 행사에서 더 크게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약 10만명이 참석하는 이번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 J D 밴스 부통령,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 등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한다.
피닉스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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