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 취업 비자인 H-1B 수수료를 100배 인상하기로 하면서 외국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미국 기업들이 혼란에 휩싸였다. 기술업계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H-1B 비자를 가진 직원들에게 부랴부랴 귀국을 촉구하고 출국 자제를 권고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1일 0시1분부터 새 규정이 시행된다는 백악관 발표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은 H-1B 비자를 소지한 직원들에게 해외에 있는 경우 20일까지 미국으로 들어오고 해외로 나가는 계획은 취소하라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H-1B 비자 수수료를 1인당 종전 1000달러에서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100배 증액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새 규정이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며, 기존 비자 소지자에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기존 비자 소지자의 입출국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기업들의 체감 온도는 다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어니스트앤영 역시 H-1B 비자 소지 직원들에게 20일까지 미국에 귀국할 것을 지시하면서 향후 규정 변경과 여행 제한이 뒤따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마존의 경우 H-1B 소지자의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에게 발급되는 H-4 비자 소지자에도 미국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미국 취업을 앞둔 이들은 불안감을 호소한다. 22일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할 예정이던 한 엔지니어는 출국 준비를 마쳤지만 갑작스럽게 행정명령이 발표되면서 취업할 회사의 전문 변호사로부터 상황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영국에 머물라는 조언을 받았다.
아시아 출신으로 뉴욕 금융권에 종사하는 한 여성은 블룸버그에 "이미 비자를 받은 사람들도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불안하다"면서 "벌써 10년 가까이 여기에서 살았는데 갑자기 떠나라고 하면 힘들 것 같다"고 호소했다.
로펌 피셔필립스의 섀넌 R 스티븐슨 이민법 전문 변호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 발표는 아무런 예고나 암시 없이 이뤄졌다"면서 "수많은 고객의 전화와 이메일이 쏟아졌다.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비자로, 추첨을 통해 발급된다. 주로 기술 및 금융, 컨설팅 회사들이 이용한다. 매년 고용주가 3월까지 신청서를 제출하고 4월에 추첨이 진행된다. 이때 일반 근로자용 6만5000장과 미국 석사 졸업자용 2만장이 배정된다. 올해는 신청자가 47만건을 넘었으며, 비자가 발급되면 10월 1일부터 근무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번 조치를 합법적 비자 신청을 강화하고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걸러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일각에선 기업들이 H-1B 비자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저임금 외국인을 채용해 미국 내 숙련 근로자의 고용에 악영향을 준다는 비난이 제기돼왔다.
반면 기업들은 10만달러라는 수수료가 너무 높아 인재 채용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H1-B 비자를 가장 많이 발급한 기업은 아마존, 타타컨설팅서비스, MS, 메타, 애플 순이다. 구글, 딜로이트컨설팅, JP모건체이스, 월마트, 어니스트앤영이 그 뒤를 이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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