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 사진=권광일 기자 |
[부산(해운대구)=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돌았다. 새롭게 도입된 경쟁 부문 초청작과 넷플릭스의 존재감까지 부산을 다양하게 채웠다.
지난 17일 저녁 6시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배우 이병헌의 진행으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30th BUSAN Internaitonal Film Festival, 이하 39th BIFF)가 막을 올렸다.
◆ 개막작 박찬욱 감독 '어쩔수가없다'…"韓 영화 저력 과시"
올해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문을 연 개막작은 한국 영화 '어쩔수가없다'(연출 박찬욱·제작 모호필름)이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오는 24일 개봉된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의 시작이자, 배우 이병헌, 손예진, 이성민, 박희순, 염혜란, 차승원의 출연으로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개막작 선정은 조금도 부담이 되지 않았다. 개막식을 위해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혼자 착각할 정도였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이 명배우들, 뛰어난 스태프와 함께 만든 작품이 바로 올해의 개막작"이라고 밝혔다.
박가언 수석 프로그래머는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 이 자리에 함께한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배우들까지 당대 최고의 영화인들이 완성한 작품이다. 한국 영화의 저력을 과시한 '어쩔수가없다'를 개막작으로 선정할 수 있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작품이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각색해 박 감독표 블랙 코미디로 재탄생했다. 그는 "영화를 완성하는 데 오래 걸렸다"며 "내 영화가 딱 30년 되는 해에 개막작으로 상영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진심으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감격스러움을 전했다.
◆ 경쟁 영화제로 첫 발
올해 서른 살이 된 부국제는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 경쟁 부문 신설이다. 아시아 주요 작품 14편을 초청해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을 두고 경합을 벌인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올해 갖고 있는 소신과 목적 중 하나가 영화제로서 한국영화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위한 축제가 되길 바란다"며 "질적으로 뛰어난 월드프리미어 작품을 확보했고, 아시아 프리미어 작품도 공히 인정받는 작품으로 선정했다"고 경쟁 부문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쟁 부문 초청작은 경쟁 부문에 초청된 14편으로는 △'고양이를 놓아줘'(감독 시가야 다이스케) △'광야시대'(감독 비간) △'다른 이름으로'(감독 이제한) △'또 다른 탄생'(감독 이저벨 칼란다) △'루오무의 황혼'(감독 장률) △'소녀'(감독 서기) △'스파이 스타'(감독 비묵티 자야순다라)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감독 임선애)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감독 나가타 고토) △'여행과 나날'(감독 미야케 쇼) △'왼손잡이 소녀'(감독 쩌우스칭) △'지우러 가는 길'(감독 유재인) △'충충충'(감독 한창록) △'허락되지 않은'(감독 하산 나제르) 등이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단 기존 5인에서 7인으로 넓혔다. 위원단으로 합류한 나홍진 감독, 양가휘, 한효주 등은 총 14편을 심사하게 됐다. 이들은 심사를 앞두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만장일치'를 목표로 영화의 완성도, 감독의 비전, 예술적 공헌 등을 평가하겠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나홍진 감독은 "영화제 명성에 도움되는 결과를 만들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막내 심사위원을 맡게 된 한효주도 "영화가 담은 메시지와 진정성을 보고 심사하겠다"고 덧붙였다.
폐막작은 경쟁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부산 어워드를 새롭게 매련해 오는 26일 폐막식에서 첫 시상식을 진행한다. 이례적으로 폐막식 전까지 수상자와 수상작은 공개되지 않는다. 배우와 감독 역시 수상 여부를 알 수 없다.
◆ 극장과 안방 극장의 모호해진 경계, 그리고 넷플릭스
올해도 넷플릭스, 디즈니+ 오리지널, 티빙 등 OTT 작품들이 부산을 찾았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대홍수' '당신이 죽였다', 티빙 시리즈 '친애하는 X', 디즈니+ 시리즈 '탁류' 등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30주년 라인업엔 넷플릭스 작품이 9편이 포함돼 영향력을 과시했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크리에이티브 아시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예르모 델 토로, 연상호, 메기 강 감독이 한국 콘텐츠 비전에 대한 견해를 나눴다. 올해도 부국제 영화의전당 인근 KNN 타워에는 넷플릭스 사랑방이 운영돼 영화인과 예비 관객들로 북적였다.
또한 행사 일대에는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 '굿뉴스' 대형 래핑 광고물이 자리했다. 영화의전당 일대와 부산역에선 선글라스를 쓴 군복 입은 사람들이 '굿뉴스'라 적힌 신문을 들고 있는 모습도 발견됐다.
넷플릭스의 존재감은 이뿐만아니다. 전 세계 시청자수 1위를 차지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싱어롱 상영관은 1초만에 매진됐다. OST '골든' '소다팝' '테이크 다운' 등을 상영관에서 다함께 부를 수 있는 떼창 기회는 부국제에서만 잡을 수 있었다.
OTT 작품은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중 넷플릭스는 일명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플랫폼이다. 지난해 부국제 개막작으로 넷플릭스 영화 '전, 란'으로 선정돼 다양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OTT 플랫폼은 빠르게 팽창 중이다. 함께 공생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한국 영화 위기라는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만큼, 저희도 공감하고 실감하고 있다. 다만 OTT를 안 보는 이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미 한국 문화에 폭넓게 자리하고 있는 OTT를 배제하고 외면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며 작품의 중요도와 가치 최선으로 고려할 것임을 밝혔다.
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7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올해 상영 편수는 공식 초청작이 64개국 241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포함 총 328편이 선정됐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