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총재 재도전' 고이즈미, 총리 돼도 신사 참배하나 질문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질문엔 "총리되면 적절히 판단"
"이재명 대통령과 셔틀외교 계속, 정상 간에 신뢰…"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무수산상/로이터=뉴스1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20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기자 회견에서 한일 관계의 진전을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6일 각료회의 후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식 출마 선언했다. 고이즈미의 자민당 총재 도전은 지난해 이어 2번째다.

고이즈미는 이날 한일 관계에 대한 질문에 "한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파트너"라며 "현재 전략적 환경 아래 한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이재면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정상급에서도 이 대통령과의 셔틀 외교를 계속해 정상 간 신뢰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A급 전범이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에 대해선 "매년 내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해서 괜찮을까 우려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어느 나라도 국가를 위해 희생된 사람을 기리고 평화를 맹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다"고 반문했다. 다만 자민당 총재에 당선돼 일본 총리로 취임할 경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것이냐는 질문에 "총리가 되면 적절히 판단하겠다"고만 답했다.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선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한국, 인도, 호주 등 다양한 우방국과의 연대를 확대하고 방위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고이즈미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의 주요 정치인 중 하나다. 광복절인 지난 8월15일에는 그는 각료 신분임에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나서 주목받았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다수당 총재가 국회 지명 선거를 거쳐 총리가 된다. 자민당은 지난해 중의원과 올해 참의원 선거에서 모두 과반 달성에 실패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총리로 지명된단 보장은 없지만, 여전히 다수당이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가 사실상 총리직을 결정한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8월9일 오후 APEC 식량안보장관회의 및 한일중 농업장관회의 등에 참석차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AP=뉴시스

고이즈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득세 기본공제 인상 등을 주요 공약으로 발표하고, 연립정권 틀 확대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물가상승으로 생활이 어려운 국민의 절박한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즉시 물가 상승 대책을 중심으로 한 경제 대책을 검토하고, 이를 뒷받침할 보정 예산안을 임시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0년도까지 평균 임금을 100만엔(약 945만원)으로 늘리고 소득세 기본공제도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어 지방 활성화, 농림수산물 수출 확대, 쌀 생산자의 소득 확보 등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고이즈미는 헌법 개정 논의를 추진하고, 정치자금 투명성을 확보해 '정치와 돈' 문제의 재발 방지 기반도 조성하겠다고 했다. 특히 자민당이 야당이었던 당시 총재였던 다니가키 사다카 전 재무상의 '국민과의 전국 대화 집회'를 재개해 자민당을 하나로 묶는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과의 연계에 대해선 "폭넓게 정책 협의를 제안하고 합의를 모색하고, 정책과 이념의 일치를 신중히 검토하면서 정권 구도의 방향성도 논의했다"며 연립정권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1981년생으로 올해 44세인 고이즈미는 6선 중의원이자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으로, 일본 내 대표적인 부자(父子) 정치인이다. 일본 언론은 이번 총재 선거에서 '여자 아베'라는 별명을 가진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과의 2파전을 예상한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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