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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난청’ 방치하면 언어·지능·심리 발달까지 악영향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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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경미한 청력 손실도 대인관계와 뇌 건강에 깊은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피시(PC)방, 군 복무,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청년층의 소음 노출 요인이 높다. 장지원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게임 시 평균 소음이 85~90㏈에 달하며, 슈팅 게임에서는 순간적으로 제트기 수준(179㏈)의 소음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경미한 청력 손실도 대인관계와 뇌 건강에 깊은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피시(PC)방, 군 복무,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청년층의 소음 노출 요인이 높다. 장지원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게임 시 평균 소음이 85~90㏈에 달하며, 슈팅 게임에서는 순간적으로 제트기 수준(179㏈)의 소음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학교에서 성적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수업 시간에 집중이 잘 안 되는 아이가 있다면, 단순한 주의력 문제가 아닌 ‘경도 난청’ 때문일 수 있다. 성인은 25데시벨(㏈), 어린이는 15~25㏈ 이하의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할 때 경도 난청으로 진단한다.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경미한 청력 손실도 대인관계와 뇌 건강에 깊은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말소리의 명료성 저하…작은 소리 놓치고, 단어 구분 어려워





경도 난청 환자들이 가장 먼저 겪는 어려움은 ‘말소리의 명료성 저하’다. 소리는 들리지만 단어가 뭉개져 구분이 어렵다는 것이다. 속삭임,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카펫 위 발소리, 자동차 방향지시등 같은 경고음이 잘 들리지 않는다. 여성이나 어린이의 목소리, 새소리, 시끄러운 배경 속 대화도 쉽게 놓친다. 대체로 낮은 주파수보다 높은 주파수 소리가 먼저 사라진다.



원인은 다양하다. 노화, 소음 노출, 청각 기관의 구조적 이상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는 조기 치료로 회복할 수 있지만, 방치할 경우 뇌의 언어 처리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장지원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경도 난청 환자는 ‘듣기는 하지만 이해하지 못한다’고 호소한다”며 “아동·청소년의 경우 교실 소음 속에서 말 지각, 언어, 읽기, 작업 기억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학업 성취도가 낮아지거나 행동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청력 손실은 조용한 공간보다 배경 소음이 있는 곳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며, 뇌가 과도하게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어 기억력과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분석한 2023년 연구에서는 청력 역치가 11~25㏈인 아동이 읽기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청력 아동보다 읽기 점수가 하위 25% 미만일 확률이 약 3배 높았으며, 수학 문제 풀이와 단기 기억력에서도 열세였다.



네덜란드 로테르담대학 연구팀이 2020년 초등학생 3천 명을 추적한 연구에서도 경도 난청 아동은 성적이 낮고 주의력 부족과 사회적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컸다. 청력 역치가 1㏈ 높아질 때마다 성적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떨어졌고, 소음 환경에서 말소리를 구분하지 못할수록 학업 성취와의 연관성이 강했다.



귀 한쪽만 들리지 않는 일측성 난청 역시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2016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연구에 따르면, 일측 난청 아동은 지능검사에서도 낮은 점수를 보였으며, 학교생활 적응이나 학업 성취도에서도 어려움이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언어 능력 자체가 형제자매나 또래에 비해 장기적으로 뒤처지는 경향이 있으며, 학교에서 반복학년을 경험하거나 보조교사의 도움이 필요한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경도·일측 난청 아동이 정서적 불안정, 행동 문제, 낮은 삶의 질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한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도 증가한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안전 노출 기준 지켜야…“게임 시 평균 소음 매우 높아”





국내 청소년들의 난청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과 고려대 구로병원 연구팀이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2~19살 1845명을 분석한 결과, 8.56%가 한쪽 귀, 1.03%가 양쪽 귀에 난청이 있었다. 특히 고주파 난청 비율이 높았다. 조사 대상 중 32.74%는 한쪽 귀, 5.53%는 양쪽 귀에서 고주파 난청이 확인됐다.



같은 데이터에서 16~25㏈ 사이의 경도 난청이 있는 경우는 일측성 기준 5%, 양측성은 0.76%로 나타났다. 25㏈ 이하로 명확히 ‘난청’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청력에 이상이 있는 청소년 비율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다.



2021년 인제대 빅데이터융합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평균 80분 이상 소음 환경에서 이어폰을 사용하는 청소년 그룹의 소음성 난청 유병률은 22.6%였다. 그러나 본인이 청력 저하를 자각한 비율은 16.8%에 불과했다. 난청이 있어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경우가 5.8%였다. 특히 시끄러운 곳에서 이어폰을 사용할수록 위험은 더 커져, 난청 위험이 4.5배, 청각 이상 자각 위험은 8.4배 높았다.



이처럼 어린 난청 환자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기기 사용의 증가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12~35살 인구 중 25%가 개인청취기 사용 습관으로, 50%는 시끄러운 환경 노출로 청력 손상 위험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피시(PC)방, 군 복무,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청년층의 소음 노출 요인이 높다. 장 교수는 “게임 시 평균 소음이 85~90㏈에 달하며, 슈팅 게임에서는 순간적으로 제트기 수준(179㏈)의 소음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WHO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기준에 따르면, 소음 강도 80㏈ 기준으로 성인의 주당 노출 허용 시간은 40시간이다. 여기에서 3㏈ 높아질 때마다 노출 허용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예를 들어 83㏈의 경우 성인 기준 주당 허용 노출 시간은 20시간이다. 아동의 경우에는 기준이 더욱 엄격해져 허용 시간이 6.5시간 이하로 급감한다. 98㏈까지 높아지면 주당 허용 노출 시간은 성인은 38분, 아동은 12분에 불과하다. 이를 초과하면 소음성 난청의 위험이 현저히 증가한다.



이처럼 청력은 청소년기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생애주기 검사 체계는 아직 체계적으로 갖춰지지 못했다. 장 교수는 “현재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청각 선별검사는 신생아기(2018년부터 전수검사 시행)밖에 없으며, 그 이후 생애 주기에서는 검사 체계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영유아 건강검진에서는 부모 문진에 의존하고 있으며, 실제 청각 검사는 하지 않고, 학교 청력 검사 역시 고주파형 난청이나 미세 청력 손실을 발견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교육부가 운영하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나이스’(NEIS)에도 청력 항목이 별도로 없어 청각 검사 결과가 제대로 기록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했다.



장 교수는 “청력은 한 번 손상되면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감각으로, 조기 발견과 예방 교육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어폰 사용은 최대 음량의 60% 이하, 하루 60분 이내로 제한하고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귀마개 등으로 스스로 보호하는 습관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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