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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식당 ‘김민수 주의보’… 노쇼 사기에 우는 자영업자들

조선일보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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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진화한 피싱 범죄
“삼성타운 보안팀 김민수 대리입니다. 이재용 회장님이 회식에 참석하니 와인을 준비해 주세요.”

장어 요리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지난 7월 이런 예약 전화를 받았다. ‘김민수’씨는 “인원 20명 예약한다”며 장어 20마리와 김치말이 국수 10개를 주문했다. 이어 “시중에 없는 와인이니 보내는 온라인 숍 링크에 접속해 구매해 달라. 값은 식사 후 한 번에 치르겠다”는 말과 함께 삼성 로고와 직책이 적힌 명함을 보냈다.

7월 한 장어 요리 식당 주인이 받은 예약 문자와 가짜 명함이다. /온라인 캡처

7월 한 장어 요리 식당 주인이 받은 예약 문자와 가짜 명함이다. /온라인 캡처


돼지고깃집 사장 B씨도 비슷한 전화를 받았다. “(이재용) 회장님 방문 예정”이라며 450만원짜리 위스키 두 병을 미리 사 달라. 보내드린 링크에서 구매하면 할인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두 사람 모두 수상쩍음을 느끼고 요청을 거부했다. 그리고 대화 내용을 자영업자 183만명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곧이어 “나도 같은 전화를 받았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이른바 ‘사칭형 노쇼(no show) 사기’ 수법이었던 것이다.

◇김민수 그는 누구인가

오기로 해 놓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노쇼. 자영업자 입장에선 예약된 시간에 다른 손님을 받지 못하는 데다 음식 비용마저 날리게 돼 손해가 크다.

최근 논란이 되는 수법은 애초에 사기를 칠 목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예약자는 음식을 주문하며 자신과 공범인 제3의 업체에서 주류·식자재를 대리 구매해 줄 것을 자영업자에게 요청한다. 자영업자가 구매를 위해 해당 업체에 돈을 송금하거나 홈페이지에서 결제하면 예약자와 업체 모두 잠적한다.


사기꾼들은 공공기관·대기업, 공인이나 유명인 이름을 이용한다. 지난 총선 땐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를, 새 정부 출범 이후부터는 대통령실 관계자를 사칭했다. 대통령실 인근 식당에 ‘경호처 김민수’라는 이름으로 전화가 잇따르자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태다. 실제로 600만원을 뜯긴 피해자도 나왔다.

지난달 거제의 한 갈비집이 예약 연락과 함께 받은 가짜 명함. /온라인 캡처

지난달 거제의 한 갈비집이 예약 연락과 함께 받은 가짜 명함. /온라인 캡처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거제로 휴가를 떠났을 땐 거제의 한 갈비집이 표적이 됐다. “대통령 경호처 제1경호과 소속”이라며 육개장 20그릇과 한우 육전 5접시를 주문하고, 역시 와인을 대신 사달라고 요구했다. 눈치챈 업주가 지역 커뮤니티에 공개한 명함에는 ‘경호서기 김민수’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같은 일당 소행인지 알 수는 없으나 ‘김민수 노쇼 사기’라는 별칭이 붙게 된 이유다.

◇사무용품점 등도 범죄 대상

“지금 거신 번호는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어….”


명함에 적힌 ‘김민수’씨 연락처는 현재 이용이 중지된 상태다. 명함은 위조, 공문도 위조, 통장은 대포 통장, 제3의 업체는 정체불명의 페이퍼 컴퍼니. 휴대전화는 대포폰이거나 전화번호 변환 중계기를 거친 ‘허위 번호’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구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기꾼의 요구는 주류 대리 구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군부대가 많은 강원 지역에서는 군 간부를 사칭하며 “닭백숙을 포장할 예정인데 전투식량·식자재를 대신 사달라”고 요구한다. 관공서와 거래하는 사무용품점, 간판 업체 등도 표적이 된다. 구청 직원을 사칭해 “이 연락처로 연락하면 재고 없는 물건을 구할 수 있다”, “더 싼 거래처를 안다”며 제3의 업체를 안내한 뒤 돈을 입금받고 잠적하는 식이다. 소방서·방송국·대학 등을 사칭한 사례도 있다.

피해가 이어지자 서울시와 각 지자체·소방서, 대통령 경호처까지 주의 안내를 시작했다. 일산에서 갈비집을 운영하는 장모(58)씨는 “인건비와 임대료 건지기도 바쁜데 이제 사기까지 걱정해야 하느냐”고 했다. 이상백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보안이나 검증 절차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소상공인을 노린 악질 범죄”라며 “예약 시 의무적으로 계약금 50%를 선납하는 등의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보이스피싱과 유사한 수법

경찰에 따르면 1~7월 전국에서 발생한 사칭형 노쇼 사기는 2892건, 피해액만 414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검거 건수는 22건에 그쳐 검거율이 0.7%에 불과하다. 수법이 보이스피싱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돈이 입금된 계좌가 수거책·전달책 명의이거나 온라인 결제 서버가 해외에 있는 경우도 있다. 실제 총책은 해외에 점조직 형태로 숨어 있어 일망타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통하지 않자 타깃과 방식을 지능적으로 바꾼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이스피싱처럼 익명으로 활동하는 데다 결제창 등은 해외 사이트 기반이라 수사력이 미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경찰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은 아니지만 신종 피싱 범죄로 보고 이달부터 특별 단속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예약·발주를 넣으며 ‘대리 구매’ ‘선결제’를 요구한다면 의심하자. 자칫 범죄에 넘어갈 뻔했던 한 자영업자의 경험담을 소개한다. “말이 빠른 편이고 영업 전화 올 때의 톤과 비슷하게 줄줄 읊듯 예약 전화를 하더라. 그래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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