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 사과한 이 대통령... "결혼도 연애도 포기... 기성세대 잘못"

"청년세대 삶 나빠진 원인은 저성장"
경제성장·사회통합으로 극복 의지
청년 채용 기업 혜택 등 성장 방안도
"여자가 여자 미워하는 건 이해" 논란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열린 2030 청년 소통·공감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년의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게 된 건 기성세대들의 잘못이고 제 책임이 제일 크다"고 사과했다. 청년세대에게 '기회가 강같이 흐르는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 경제 성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정부 정책을 손질하겠다고 했다.

사과한 李... "더 많은 기회 있는 세상으로"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열린 '2030 청년 소통·공감 토크콘서트'에서 "지금은 (청년들이) 결혼도 연애도 다 포기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이렇게 된 데에 여러분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성세대들이 이런 점(취업난 등)에 대해서 예측하고 충분히 필요한 대책을 만들었어야 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불안정한 일자리, 높은 주거·생활비, 과잉 경쟁, 부족한 사회안전망 등이 맞물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청년세대에게 기성세대를 대표해 사과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청년세대의 삶이 악화일로인 배경으로 '저성장'을 지목했다. 성장이 둔화된 탓에 청년세대에게 주어진 기회의 총량이 줄고, 비혼·비출산이 늘어 저성장이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이를 반전시킬 해법으로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내세웠다. 대중문화예술(K컬처)과 인공지능(AI) 등 주력 산업분야를 육성하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상호 협력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더 많은 기회가 있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같이 가자"고 독려했다.

국가 경제가 청년과 함께 성장할 방안도 제시했다. 청년 신규채용 기업에 세제 등 혜택 검토를 지시하면서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의) 청년 고용이 지속되려면 기업들의 손실이 없어야 한다"며 "기업이 정부 대신 청년을 대신 훈련시키는 것이므로 세제 등 경제적 혜택을 줘서 손해가 안 나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전날 대규모 신규채용 계획을 밝힌 기업에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귀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더 많은 기업들이 채용확대에 동참해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년 수요 맞게 정책 변화 시사

청년 정책을 손질할 의지도 드러냈다. 예컨대 청년 주거 해결을 위한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거론했다. 특히 청년세대 방청객들이 즉석에서 시행한 거수투표에서 '분양보다 임대주택 확대가 낫다'는 취지의 결과가 나오자, 이 대통령은 "시장주의자들은 분양해야 한다 하고 동조하는 사람이 많은데, 오늘 의외로 적어서 정책 제안이 가능할 것 같다"고 반색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수요가 많이 바뀐 것같이 보이는데 심층적으로 조사를 해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다시 마련하겠다"고 호응했다.

"산업 변화에 따른 피해 걱정"... 논란성 발언도

다만 장밋빛 미래만 그리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산업을 확대하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 "재생에너지 사회에 엄청난 기회가 있지만 변화하려면 고통이 따르지 않겠느냐"라며 "석탄발전소를 폐지하면 일자리가 사라지고 지역경제가 나빠져서 엄청난 정치적 저항을 불러온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걸 국민들이 감내할 수 있을지가 최대의 걱정"이라고 했다.

한편, 간담회에선 논란성 발언도 나왔다. 이 대통령이 청년세대의 젠더 갈등을 언급하면서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는 건 이해하는데, 여자가 남자를 또는 남자가 여자를 미워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농담을 곁들여 불필요한 젠더 갈등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지만 '여자의 적은 여자' 등의 프레임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박지연 인턴 기자 partyuy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