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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비닐하우스서 숨진 이주노동자… 국가 관리소홀 책임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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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 다했다면 제때 치료받았을 것"
외국인고용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법원 "유족 부모에 2000만원 배상을"


'고 속헹 노동자 49재 및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천도재'가 열린 2021년 2월 7일 서울 종로구 법련사에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등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뉴스1

'고 속헹 노동자 49재 및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천도재'가 열린 2021년 2월 7일 서울 종로구 법련사에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등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뉴스1


한파에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자다가 숨진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의 유족에게 정부가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심은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은 국가가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에 대해 지도·점검을 소홀히 했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2부(부장 김소영 장창국 강두례)는 19일 속헹의 부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원고들에게 각 1,000만 원씩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6년 입국한 속헹은 2018년부터 경기 포천의 농장에서 채소 수확을 하다가 2020년 12월 20일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기숙사는 비닐하우스 안에 설치한 샌드위치 패널로 꾸려진 가건물이었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보상금과 장례비 등이 포함된 산업재해 보상금을 신청했고, 2022년 5월 산재로 인정받았다. 같은 해 9월 유족은 "국가가 이주노동자의 생활을 관리·감독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인으로 확인된 간경화 합병증과 기숙사 내부 상황을 종합해보면, 속헹 사망과 국가의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 의무 위반 간의 인과관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2심은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법률에 따라 관리감독 의무를 다했다면 속헹의 간경화 증상이 급속히 악화되기 전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외국인고용법 시행령상 고용노동부 장관은 외국인근로자 고용 사업장에 대해 매년 1회 이상 지도·점검 계획을 수립하고 관리감독에 나서야 하지만, 재판부는 정부가 해당 사업장에 대해 그 같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상시 사용 근로자에 건강 진단을 실시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도 지키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부가 망인의 사망 이전까지 이 사업장에 대해 건강 진단이 실시됐는지 확인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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