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대 OLED '잉크젯'으로 간 中 'TCL CSOT'…투자 유치 vs 양산성 '딜레마' [소부장디과장]

재료 활용률 90% 장점에도…청색 발광·탠덤 한계

실제 양산 사례 없어…FMM 방식 회귀 가능성도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TCL CSOT가 광저우 8.6세대 OLED 라인 투자를 '잉크젯' 공정으로 결정했다. 지방정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차별성을 내세우기 위해 '신기술 적용'이라는 명분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잉크젯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양산 검증을 받지 못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투자 명분은 확보했지만, 양산성은 여전히 물음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CSOT는 이번 광저우 T8 프로젝트에 약 295억위안(약 41억달러)을 투입한다. 기판 처리능력은 월 2만2500장 수준으로 계획돼 있으며, 이후 두 개 라인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전체 투자금 가운데 절반 가량은 광저우 지방정부의 출자와 보조금으로 충당된다.

투자 방식은 지방정부가 차별성 있는 신기술 도입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방향이 정해졌다. 안정성이 검증된 FMM(금속마스크) 증착 방식을 채택할 경우, 보조금 명분이 약해진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CSOT 입장에서는 대규모 자금 확보가 최우선 과제였고, 결국 잉크젯이라는 모험적 선택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잉크젯은 재료 활용률이 90% 이상으로 높아 비용 효율성이 크다. 마스크를 제작·교체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설비 투자 부담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특히 대형 기판 처리에서 균일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트북·모니터용 대형 OLED 패널 제작에 유리하다는 기대가 나온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차세대 신기술을 유치했다는 성과를 확보할 수 있고, CSOT 역시 비용 절감 효과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잉크젯은 양산에서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청색 발광 재료 개발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청색은 효율과 수명에서 불리해, 디스플레이 품질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여기에 고해상도와 고휘도를 구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탠덤 구조 적용도 쉽지 않다.

시도는 있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6년 잉크젯 OLED 시험생산을 준비했으나 본격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일본 JOLED 역시 잉크젯 기반 OLED 사업을 추진했지만 좌절을 겪었다. 가능성만 논의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확실한 성공 사례는 없는 것은 실제 양산 과정에서 기술적·경제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CSOT의 이번 결정이 비용 효율성과 기술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여전히 FMM 증착 방식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OLED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CSOT는 잉크젯이라는 변수를 내세운 것이다.

시장에서는 TCL의 시도가 단기간에 프리미엄 TV나 IT 제품에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만 지방정부의 지원과 보조금 효과는 단기 성과로 이어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대형 IT용 패널 분야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잉크젯 OLED 양산이 본격화되기까지는 최소 2~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잉크젯은 10년 넘게 가능성만 논의돼 온 기술로, 청색 발광 소재와 탠덤 구조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양산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라며 "결국 FMM 방식으로 회귀할 거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CSOT의 이번 결정을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할지, 또 다른 실패 사례로 남길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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