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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초고가, 보안은 싸구려”...명품 '신뢰'가 흔들린다

이데일리 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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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디올·까르띠에 등 개인정보 유출 잇따라
유출 수개월 뒤 인지, 통보 지연…늑장 대응 논란
전문가 "지사 보안 인프라 빈약…표적 되기 쉬운 구조"
그럼에도 루이비통·디올 올해 줄줄이 가격 인상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고가 정책을 고수하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유출 사실을 수개월 뒤 인지하거나 통보가 지연되는 등 ‘늑장 대응’이 반복되는 중이다. 내부 보안 조직 부재, 외부 서버 의존 같은 구조적 취약성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주요 브랜드들은 올해도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해 ‘책임 없는 고가 전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의 한 백화점 루이비통 매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백화점 루이비통 매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18일 업계에 따르면, 명품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의 국내 운영사 티파니코리아는 지난 15일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공지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 5월 13일 제3자가 일부 고객 정보에 무단 접근한 사실이 있었고, 이를 9월 15일에야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출된 정보는 △성명 △우편 주소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내부 고객번호 등 6개 항목이다. 티파니 측은 “현재까지 개인정보가 악용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지만, 인지 시점이 수개월 늦어진 배경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유사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티파니앤코와 같은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산하 브랜드인 디올과, 스위스 리치몬트 그룹 소속의 까르띠에는 올해 개인정보 유출을 빚었다. 대부분 사고 발생 수일 뒤에야 고객에게 이를 통보했다. 같은 LVMH 계열사인 태그호이어는 2900여건의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2년 넘게 인지하지 못하다가 해커 협박을 받은 지난해 5월이 되어서야 이를 확인해 논란이 됐다.

보안 전문가들은 국내 명품 지사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매장 운영과 마케팅에 집중된 지사는 사이버 보안 전담 인력이 부족하거나 빈약하고, 고객 정보를 해외 본사나 외부 서버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이 떄문에 유출이 발생해도 지사 차원에서 정확한 피해 범위를 파악하거나 신속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VIP 등 고소득층 정보는 고가 데이터로 해커들의 주요 표적이 되기 쉽다는 우려도 나온다.

곽진 아주대학교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국내 명품 지사는 자체 보안 인프라나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고객 정보를 외주 서버에 의존하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해커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뚫기 쉬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기관이나 포털처럼 보안 감시가 철저한 업종과 달리, 명품 브랜드는 IT 중심 산업이 아니다 보니 보안 투자가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관리 부실로 행정 제재를 받은 사례도 잇따른다. 개인정보위원회는 지난 11일 몽클레르코리아가 보안 조치를 소홀히 해 약 23만명의 고객 정보를 유출한 데 대해 과징금 8101만원과 과태료 720만원을 부과했다. 2021년 해커가 관리자 계정을 탈취해 서버에 악성코드를 심었지만, 회사는 한 달 뒤에야 이를 인지했다. 통보·신고도 법정 기한(24시간)을 넘겼다. 2차 인증 미적용 등 기본적 보안 취약점도 확인됐다.


곽 교수는 “지금의 해커들은 데이터보다도 보안이 허술한 곳부터 우선 공격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명품 지사는 보안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단순 대응을 넘어서, 각국 지사도 자체 보안 거버넌스와 시스템을 점검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은 멈추지 않고 있다. 까르띠에는 이달 10일부터 국내에서 판매하는 일부 주얼리 제품 가격을 2~4%가량 인상했다. 디올은 지난 1월과 7월 두 차례 주얼리 라인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렸고, 이달 말에는 가방 등 주요 품목 가격도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루이비통 역시 1월과 4월, 국내에서 판매 중인 일부 가방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업계에선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부담 등을 이유로,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제기한다.

일각에서는 보안은 허술히, 가격은 야금야금 올리는 행태에 대한 소비자 반발이 점차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명품 브랜드가 ‘럭셔리 경험’을 내세우면서도 개인정보 보호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반복할 경우, 브랜드 충성도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가격이나 로고보다 브랜드가 고객을 대하는 태도와 책임감을 더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개인정보 보호는 이제 제품 품질 못지않게 브랜드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고객 경험을 중시한다면 고가 정책만큼 정보보안 시스템도 정교하게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보 유출이 반복되면 ‘고가의 위험 상품’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질 수 있다”며 “명품 브랜드가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지 않도록 관리 체계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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