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흐림 / 7.0 °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이중섭이 아내에게 보낸 ‘엽서화’... “오직 단 한 사람을 위한 세레나데”

조선일보 서귀포=허윤희 기자
원문보기
서귀포서 ’2025 이중섭 세미나'
이중섭, ‘포도밭의 사슴’. 14×9cm. 엽서에 먹지, 채색. 1941년 4월 24일 연인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화다. /개인 소장

이중섭, ‘포도밭의 사슴’. 14×9cm. 엽서에 먹지, 채색. 1941년 4월 24일 연인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화다. /개인 소장


“엽서화는 이중섭이 사랑을 매개로 예술의 뿌리를 키워낸 작은 실습장이었습니다.”

18일 제주도 서귀포 KAL 호텔에서 열린 ‘2025 이중섭 세미나’에서 신수경 충남대 연구교수는 ‘이중섭이 전하는 사랑의 세레나데’라는 주제로 엽서화의 기법과 도상, 의미에 대해 발표했다. 1940년 12월 25일 청년 이중섭(1916~1956)은 연인 야마모토 마사코(1921~2022)에게 14×9cm 크기의 작은 관제엽서에 사랑을 담아 보냈다. 글은 없고 그림만 있는 연애 편지다.

이때부터 1943년 여름까지 3년 6개월 동안 보낸 엽서화가 88점. 엽서에 그렸기 때문에 ‘엽서화’라고 불리는 이 그림들은 오직 단 한 사람, 연인 마사코를 위해 그린 것이다. 그림에 담긴 내용은 둘만이 알 수 있는 상징과 기호로 가득하다. 신 교수는 “이중섭 하면 떠오르는 ‘소 그림’이나 ‘은지화’에 비해서 덜 알려졌지만, 엽서화야말로 화가 이중섭이 추구했던 예술의 지향점이 가장 솔직하게 반영된 장르”라고 했다.

이중섭이 1941년 6월 2일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화 '상상의 동물과 여인'. 엽서에 먹지, 수채. /신수경 교수 제공

이중섭이 1941년 6월 2일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화 '상상의 동물과 여인'. 엽서에 먹지, 수채. /신수경 교수 제공


18일 제주도 서귀포 KAL 호텔에서 열린 ‘2025 이중섭 세미나’에서 신수경 충남대 연구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허윤희 기자

18일 제주도 서귀포 KAL 호텔에서 열린 ‘2025 이중섭 세미나’에서 신수경 충남대 연구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허윤희 기자


엽서화를 그리던 시기 이중섭은 20대 초반의 혈기 왕성한 청년이었다. 신 교수는 “호기심이 가장 풍부했던 시기”라며 “엽서라는 작은 지면에 재료와 기법을 끊임없이 바꿔가며 실험했다”고 했다. 선 하나를 긋더라도 펜과 연필, 크레파스, 먹지로 베껴 그리는 등 다양한 기법을 구사했고, 도상도 반인반수, 행운을 상징하는 토끼풀, 연꽃, 포도송이, 한 쌍으로 이뤄진 오리와 사슴, 남녀 도상 등 풍부했다. 반면 유화나 드로잉에는 자주 보이는 복숭아, 닭, 비둘기, 게 등의 도상이 엽서화에선 보이지 않는다. 신 교수는 “이러한 도상은 이중섭의 삶과 결부되어 월남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도상”이라고 해석했다.

18일 제주도 서귀포 KAL 호텔에서 열린 ‘2025 이중섭 세미나’에서 소설가 김탁환이 발표하는 모습. /허윤희 기자

18일 제주도 서귀포 KAL 호텔에서 열린 ‘2025 이중섭 세미나’에서 소설가 김탁환이 발표하는 모습. /허윤희 기자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소설가 김탁환은 ‘이중섭을 소설로 쓰며 생각한 두세 가지 것들’에 대해 발표했다. 지난해 이중섭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참 좋았더라’에 이어 올해 소설 ‘내 사람을 생각한다: 백석에게 띄우는 이중섭 편지’를 펴낸 그는 “이중섭의 아틀리에, 홀로 작업하는 이중섭이 궁금했다”며 그 답을 찾기 위해 이중섭의 숨은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들려줬다.

이날 행사엔 현봉윤 서귀포공립미술관장, 이케다 요오이치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 총영사, 양병식 서귀포문화원장, 고영우 기당미술관 명예관장, 김영순·이지호·김종학·정현 이중섭미술상 운영위원, 유족 대표로 이중섭 화백의 조카손녀 이지연·지향씨, 이종조카 이태호씨 등 각계 인사와 제주도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서귀포=허윤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응팔 10주년 류준열 혜리
    응팔 10주년 류준열 혜리
  2. 2전재수 통일교 의혹 조사
    전재수 통일교 의혹 조사
  3. 3김단비 우리은행 4연승
    김단비 우리은행 4연승
  4. 4정관장 인쿠시 데뷔
    정관장 인쿠시 데뷔
  5. 5민희진 보이그룹 뉴진스
    민희진 보이그룹 뉴진스

조선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