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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베네수엘라 향한 ‘삶이여 영원하라’는 절규

조선일보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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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콜드플레이와 ‘비바 라 비다’ 협연
조국 망친 독재자 마두로 겨냥한
피 끓는 혁명가처럼 들려왔다
“Revolutionaries wait(혁명가들은 기다려)/ For my head on a silver plate(내 머리가 은쟁반에 올려지길)~.”

지난달 26일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록밴드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 대표곡 ‘비바 라 비다’가 시작되자 9만 관객이 일어나 떼창을 했다. 무대에 오른 악사(樂士) 20여명도 바이올린과 첼로를 켜며 노래했다. 이들은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 소외된 어린이·청소년에게 희망을 주고 클래식 영재들을 발굴하는 ‘엘 시스테마’의 원조다.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엘시스테마 창립 50주년 기념을 자축하며 런던 웸블리 콜드플레이 콘서트 무대에 올라 보컬 크리스 마틴과 함께 '비바 라 비다'를 협연하고 있다./인스타그램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엘시스테마 창립 50주년 기념을 자축하며 런던 웸블리 콜드플레이 콘서트 무대에 올라 보컬 크리스 마틴과 함께 '비바 라 비다'를 협연하고 있다./인스타그램


기획자는 엘 시스테마 꿈나무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성장한 스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엘 시스테마 50주년을 맞아 까마득한 후배들과 축하 이벤트를 펼쳐왔다. 그중 하이라이트였던 이 무대는 반세기 경축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고국 베네수엘라에 드리워진 전운(戰雲) 때문이다.

지난달 하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구축함·핵잠수함 등 군함 여러 척과 병력 4500명을 카리브해에 보내자, 베네수엘라는 대미(對美) 항전을 선언했다. 공연 전날 콜롬비아 접경에 병력 1만5000명을 보내고, 공연 이튿날 군함과 드론 배치를 발표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450만명 규모의 민병대 조직을 선언하고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마두로 정권을 ‘부정하게 집권한 범죄 집단’으로 규정했다. 카리브해로 해군 병력을 보내기 3주 전 마코 루비오 미 국무 장관은 “1년 전 국민 뜻을 거스르고 가짜 선거로 집권한 마두로는 대통령이 아니라 마약 조직 우두머리”라고 몰아쳤다. 이달 초 트럼프가 국방부를 전쟁부로 개명한 후 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이 가장 먼저 순시한 곳은 베네수엘라를 겨냥해 카리브해에 배치된 USS 이오지마함이었다.

마두로는 베네수엘라를 강성 반미·좌파 국가로 바꾼 우고 차베스의 후계자다. 차베스의 임기 중 사망으로 치른 2013년 선거에서 관권 선거 논란 끝에 신승했다. 야권을 고사시키고 입법·사법부를 심복들로 채우고 이긴 2018년 선거는 다수의 국가들이 ‘의심의 여지 없는 부정선거’로 규정했다. 좌파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가 파탄나고 수백만 명이 고국을 등진 뒤 치러진 2024년 7월 선거에서 마두로 진영은 정권 교체가 확실하다는 출구 조사와 정반대로 나온 개표 결과에 문제가 없다며 마두로의 3연임을 확정했다.


트럼프의 대외 정책을 신랄히 비판한 영미권 언론들도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압박에 대해선 잠잠하다. 트럼프가 지난달 말 미군이 베네수엘라 선박을 폭침시키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마약 운반선을 침몰시켜 열한 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는데도 비판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두다멜과 엘 시스테마가 협연한 ‘비바 라 비다’는 어떤 노래인가. 은유와 서사로 가득 찬 노랫말의 본질은 비참한 말로에 직면한 권력자에 대한 비판이다. 앨범 재킷은 평민들이 절대군주를 자리에서 끌어내린 프랑스 7월 혁명 배경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1830·외젠 들라크루아)’이다.

이번 웸블리 공연은 두다멜이 자신의 자리에서 고민한 애국(愛國)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는 2017년 반정부 시위 유혈 진압 때 정부를 비판했지만, 대체로 고국 상황 언급에 거리를 둬 ‘독재에 야합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엘 시스테마’도 경제난에 코로나까지 겹쳐 와해 직전까지 가는 등 부침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엘 시스테마 아이들이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비바 라 비다는 고국을 향한 혁명가로 들렸다. 대서양 건너에서의 외침이 나비 효과를 일으켜 베네수엘라인들이 “비바 라 비다(삶이여 영원하라)”를 외칠 수 있게 될지 궁금해진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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