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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65] “노예의 삶이 싫다”는 외침

조선일보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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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성규

일러스트=김성규


수레의 바퀴 간격과 글자체를 표준화하는 작업은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에게 매우 중요했다. 이른바 ‘거동궤, 서동문(車同軌, 書同文)’이다. 드넓은 중국 전역을 하나로 이끌기 위한 문물과 제도의 통일화 작업이었다.

진시황 이전까지는 다양한 글자체가 유행했으나 진의 통일 이후 소전(小篆)이라는 글자체로 모아졌다. 예술적으로는 퍽 아름다웠으나, 곡선(曲線)이 많아 규칙화하는 일이 문제였던 까닭에 예서(隸書)가 곧 이를 보완한다.

방형(方形)의 편평(扁平)한 글자체인 예서가 소전체의 조수(助手)였던 셈이다. 그런 자의(字意)로 인해 만들어진 단어 하나가 예속(隸屬)이다. 어딘가 붙어서 끌려다니는 상황, 제 주도권을 상실한 채 남에게 휘둘리는 경우를 일컫는다.

이런 글자의 새김이 더 노골적인 형태로 굳어진 단어는 바로 노예(奴隸)다. ‘노례’로 읽어야 마땅하지만 이 경우엔 예외를 적용한 듯하다. 우리 옛 한자 쓰임에도 여럿의 단어가 등장한다. 흔히 ‘종’이라고 했던 하인의 지칭이다.

관가에서 부리는 하인은 관례(官隷) 또는 아례(衙隷)라고 했다. 어린아이로 종 노릇 하는 이는 동례(僮隷), 집 안에서 심부름하는 종은 가례(家隷)다. 그저 신분이 비천한 사람을 일컫는 단어로는 조례(皁隷)나 복례(僕隷)가 있다.

제국주의 지배를 거부하고 일어선 사람들의 분투를 읊은 중국의 국가, ‘의용군진행곡(義勇軍進行曲)’이 요즘 중국 곳곳에 울려 퍼진다고 한다. 그 첫 소절 “일어나라, 노예로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여(起來, 不願做奴隸的人們…)”라는 소절 때문이다.


시위 현장이나 관민(官民) 사이 갈등이 번지는 곳곳에서 사람들이 이 국가를 합창한다는 소식이다. 집권 공산당을 향한 대중의 불만이 분출하는 사례로 보여 관심이다. 신음 소리조차 잘 내지 않고 묵묵히 잘 견디던 중국 민초들의 고통이 꽤 깊어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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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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