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쥐어짜던 트럼프…英엔 환대받고 283조원 투자선물

英윈저성 성대한 만찬17일(현지시간)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 다섯째)이 영국 윈저성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넷째)의 영국 국빈방문을 환영하는 만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에 대미 투자를 압박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영국에는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한국에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압박하고 일본에서는 5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받은 모습과 대비됐다.

영국 정부는 18일(현지시간) 영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미국 기업에서 1500억파운드(약 283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에 따르면 국빈 방문 중 발표된 투자 유치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총리 별장 체커스에서 만나 기술 번영 협력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는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 민간 원자력 등 3대 첨단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양국 정부는 공동 연구 계획을 수립하고 규제를 간소화해 기술 발전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영국 총리실은 이를 계기로 영국 전역에 양질의 일자리 7600개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스타머 총리는 "우리는 뛰어난 국내 자원을 지원하고 세계적 수준의 산업을 지키며 미국 같은 우방국과 글로벌 동맹을 강화하면서 우리나라를 더 잘살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영국을 두 번째로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을 비롯한 영국 왕실 주요 인사들에게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17일 윈저성 세인트조지홀에서 열린 성대한 국빈 만찬이 그 정점이었다. 평소 갈망해왔던 대로 최고 수준의 의전을 제공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에 빅테크와 금융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17일 개최된 국빈 만찬에 영국 왕실이 제공할 수 있는 의전적 요소가 총동원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47.3ｍ 길이 대형 테이블에는 139개의 촛불과 꽃장식이 놓였고, 식기류만 1452점이 쓰였다. 만찬 참석 인원은 160여 명이었지만 음식을 서빙한 직원 수는 100명에 이르렀다.

찰스 3세는 만찬 환영사에서 "이 특별하고 중요한 일(국빈 방문)은 두 위대한 나라 간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평소 즉흥적인 연설을 즐겨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는 '준비한' 문구를 읽었다. 그는 이번 국빈 방문이 "진정으로 내 인생 최고의 영예 중 하나"라며 "국왕과 영국에 수십 년간 큰 존경심을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영국 간 '특별한 관계'를 언급하면서 "양국 간 관계와 정체성의 유대는 소중하며 영원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화려한 대접을 앞두고 미국 빅테크들이 영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과학혁신기술부는 미 주요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 양자컴퓨팅 개발 등에 총 310억파운드(약 58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페이팔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등 미국 금융 대기업들은 영국 금융 서비스 부문에 12억5000만파운드(약 2조2000억원)를 출자하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원자력 분야에서 민간 협정도 체결된다.

이 협정은 원자로 설계에 대한 양국의 안전성 평가를 상호 인정해 신규 원전 건설 허가 기간을 3~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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