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09월18일 17시05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일본 고베시가 한국 스타트업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는 자국 스타트업을 미국으로 내보내는 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방향을 틀어 인천 직항 노선 개통과 의료·바이오 클러스터(KBIC)를 기반으로 한국 기업을 고베로 직접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셀트리온·시스멕스 등 한·일 대기업이 스폰서로 가세한 데다,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기업 유치 예산까지 더해지며 한국 스타트업을 겨냥한 시도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18일 국내외 벤처캐피털(VC)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베시는 고베 포트 아일랜드의 의료바이오 혁신 클러스터(KBIC·Kobe Biomedical Innovation Cluster)를 전진기지로 외국계, 특히 한국 스타트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KBIC에는 연구기관·제약사·의료기기 기업 등 360여개 기관이 밀집해 있으며, 교토대를 축으로 한 iPS 세포 기반 재생의료 역량이 강점으로 꼽힌다. 고베시는 이 인프라를 바탕으로 바이오·헬스케어를 우선 공략하되 반도체·AI 등 인접 기술 분야로 협력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고베시는 지난 수년간 기업 유치 재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 과거에는 일본 스타트업을 주로 미국으로 보내는 흐름이었지만, 이제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기업을 고베로 직접 초대해 현지에서 검증과 협업을 진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코로나19 이후 관련 투자 예산을 늘렸고, 인천·고베 직항 개통으로 접근성이 개선되며 한국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매칭·실증(PoC)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자금과 지원 규모도 커지고 있다. 또한 도쿄·오사카 대비 비용 부담이 낮은 편인 한편 병원·연구소·대기업이 한데 모여 있어 ‘작지만 촘촘한’ 테스트베드로 기능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처음 가동된 고베 연계 데모데이·매칭 트랙에는 아시아 10개국 기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한국 스타트업 4곳이 최종 선발됐다. 참가사 선발과 커리큘럼 설계에는 서울산업진흥원(SBA)이 공동 참여해 피칭 코칭과 현지 네트워킹을 지원했다. 고베 연계 데모데이 운영 측은 “단발성 피치가 아니라 실증·파트너십·규제 컨설팅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지향한다”며 “내년에는 한국 선발 규모를 8곳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폰서 라인업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은 KBIC 내 일본 오피스를 거점으로 KLSAP(간사이 라이프사이언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스폰서를 맡아 한국 스타트업의 현지 네트워킹, 비즈매칭, 합동 이벤트를 지원하고 있다. 셀트리온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발굴된 국내 기업 ‘엔테로바이옴’은 지난해 KLSAP 우승팀으로 선정돼 미국 바이오랩스 자문·네트워킹 트랙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일본 의료기기 대기업 시스멕스와 도심 혁신거점 ‘앵커 고베(ANCHOR KOBE)’도 합류하면서 대기업·지자체·클러스터가 삼각 협업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고베가 한국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제도·물리 인프라도 자리한다. 고베시는 외국인 창업가를 위한 ‘스타트업 비자’를 운영해 사업 준비·법인 설립·체류 절차를 단계적으로 지원한다. 사무실 임대료 보조와 세제 혜택 등 초기 정착 비용을 낮추는 장치도 마련해뒀다. 여기에 인천·고베 직항으로 1시간대 이동이 가능해 실사·미팅·PoC 반복 방문이 용이하다는 평가다.
한편, 내년 3월 고베시 출자기관과 기업유치 파트너들은 한국을 직접 찾아 SBA 및 국내 엑셀러레이터와 합동 프로그램을 열 예정이다. 프로그램 운영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한국 기업을 포함한 아시아 스타트업의 참여를 대폭 늘려갈 계획”이라며 “단순한 참가를 넘어 실질적인 협업과 투자, 현지 실증(PoC)까지 연결될 수 있는 기업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