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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미 준의 건축 철학…"주변과 조화 이루는 게 건축의 핵심"

연합뉴스 송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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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이타미 준 나의 건축'…딸 유이화 씨가 생전 부친 글 모아
이타미 준(사진·한국명 유동룡)[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타미 준(사진·한국명 유동룡)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건축은 주변 경관과 잘 어울려야 한다. 주변에 구릉이 많고, 녹음으로 우거진 서울 종로에 하늘을 찌를 듯한 고딕양식의 쾰른대성당이 들어섰다고 생각하면 무언가 어색하다. 대신 횡으로 길게 뻗어 '수평의 미'가 돋보이는 종묘는 부드러운 북악산과 평지인 종로의 땅 모양, 낮은 담벼락의 궁과 그리 우람하지 않은 나무들의 풍경과 어우러지며 장엄함을 뿜어낸다. 요컨대 종묘라는 건축물은 저 높은 곳에 있는 신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옆에 있는 존재들인 나무, 사람, 흙에 다가간다. 작고한 건축가 이타미 준(伊丹潤·1935~2011)은 "종묘 지붕의 끝자락은 한국의 건축물치고도 아주 소극적으로 하늘을 향해, 오히려 땅으로 눌릴 듯한 직선이라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종묘 [연합뉴스 자료사진]

종묘
[연합뉴스 자료사진]


건축물은 무엇보다 주변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게 그의 건축 지론이다. 이타미 준은 생전에 항상 "그 지역의 고유한 문맥과 전통성 위에서만 현재의 리얼리티를 가질 수 있다"며 주변과의 조화를 강조했다. 낮고 넓게 퍼져 종로를 수호하는 듯한 종묘처럼, 살라미스 바다를 배경으로 그리스 아테네의 높이 솟은 언덕 위에 자리한 아크로폴리스처럼 말이다.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신화=연합뉴스]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신화=연합뉴스]


이타미 준은 한국과 일본에서 40년 이상 활동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건축가다. 도쿄에서 태어나 유년과 청춘을 일본에서 보냈지만 국적은 한국인 재일교포다. 한국명이 유동룡인 그는 지역의 고유한 풍토에 천착해 돌, 바람, 흙 등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며 독창적인 건축 세계를 구축했다.

"많은 문화가 서구의 가치 기준에 따라 획일화되는 현상이 나는 매우 우려스럽다. 특히 건축은 그 나라의 전통, 정신적 풍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므로 그것들을 되돌아보고 차분하게 탐구하는 자세에서 그 지역의 특성이 살아있는 보편적인 현대건축이 탄생하지 않을까 한다."

[마음산책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마음산책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최근 출간된 '이타미 준 나의 건축'(마음산책)에 나오는 이타미 준의 말이다.

책은 이타미 준이 생전에 쓴 글을 모은 에세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의 글을 딸 유이화 ITM건축사무소 대표가 모아서 엮었다.


어린 시절 항만 부두에서 거칠고 검은 바다와 백설로 뒤덮인 후지산을 함께 바라보며 느꼈던 강렬한 색의 대조,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것들이 무수히 모여있는 비밀의 장소인 인사동에 대한 추억, 신라 불상의 완벽한 내적 균형감이 준 경이(驚異), 인공미와 자연미가 조화를 이룬 일본 정원의 완벽함 등 그가 경험했던 다양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책에 수록됐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대체로 '건축가는 어떤 건축을 추구해야 하는가'라는 하나의 큰길로 수렴해 나간다. 건축가가 건물의 기능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는 것, 인간이 거기에 존재하기만 해도 생기가 차오르고, 인간의 본능 같은 공기가 흐르는 공간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 말이다.

김난주 옮김. 32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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