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그의 무대가 레전드로 기억되는 순간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 녹화 무대. /사진제공=KBS |
1990년대 초반, 라이브 무대를 처음 열었을 때나 데뷔 55주년(2023년) 기념 전국투어 때나 그리고 KBS 광복 80주년 녹화 공연(2025.09.06) 때나 '거장의 초침'은 한결같았다.
수많은 히트곡을 거의 다 채우려는 듯 쉴 틈을 내주지 않고 경주마처럼 기꺼이 달렸고, 25세 막 데뷔한 열정의 신인처럼 3~4곡을 연달아 불렀다. 단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은 거장의 시간은 75세라는 나이까지 잊게 할 만큼 촘촘하고 뜨거웠다.
지난 6일 고척돔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KBS 2TV 10월 6일 방송)은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션이 선보이는 농익은 무대가 무엇인지 실시간 증명하고 탐험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조용필은 '이 순간'이 '영원할 것' 같은 프로그램 제목의 가사가 담긴 '미지의 세계'로 포문을 열었다. 75세 노익장이 건네는 음악의 '모든 순간'은 영원을 약속할 것만 같았다. 정확한 박자감, 또렷한 발음, 흐트러지지 않는 음정과 가창 등 모든 순간이 CD를 그대로 재생하듯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 녹화 무대. /사진제공=KBS |
이날 무대에서 유일하게 지켜지지 않은 것이 오프닝 시간이었다. 녹화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공연이 40분 정도 늦게 시작한 것만 제외하고 '노래 중심의 무대' '노 게스트' '압도적인 무대 장치' '완벽한 사운드' 등은 변하지 않는 디폴트로 존재했다. 그런 무대와 1만 8000여 명이 손에 쥔 야광봉이 한껏 자태를 뽐내며 섞인 빛과 소리의 물아일체 현장은 그야말로 장관 그 자체였다.
가로 130m, 세로 22m에 이르는 거대한 LED 전광판 아래에서 절창을 뽐내는 '작은 거인'의 모습 앞 객석 분위기는 이미 떼창으로 한껏 달아올랐다. 기자도 이미 수십 번 넘게 그의 공연을 관람했는데도, 이날 현장에선 취재 노트를 접고 이 분위기에 취해 떼창에 합류했다.
진짜 '영원한 젊은 오빠'가 무엇인지 여실히 증명한 순간이기도 했다. 세월은 흘러도 노래는 삭지 않고, 목주름은 패어도 목소리는 싱싱했다. 조용필은 3곡을 부른 뒤 "뜨겁게 맞아 주셔서 감사하다"며 "KBS 출연은 28년 만인데, 모두 다 여러분 덕분"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이렇게 객석을 안심시켰다. "앞으로도 계속 노래할 겁니다. 그러다 잘 안되면 몇 년 쉬었다고 또 다시 하고. 하하하. 이 순간을 영원히 하듯 말이죠."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 녹화 무대. /사진제공=KBS |
조용필은 록과 트로트의 절묘한 줄타기를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했다. '자존심' '그대여' '단발머리' '고추잠자리' '태양의 눈' 같은 비트있는 노래들을 마치 80년대 헤비메탈처럼 구성했고, '창밖의 여자' '허공' '그 겨울의 찻집' 등의 무대에선 철저한 트로트 리듬으로 객석의 떼창을 유도했다.
조용필은 언제나 '최초' 아니면 '최고'의 기록을 쓰고 보유한 아티스트였다. 미국 카네기홀 공연(1980년), '창밖의 여자' 음반 100만 장 판매(1980년), 해운대 단독 콘서트 10만 명 동원(1993년), 음반 판매 1000만 장 돌파(1994년) 등에서 국내 최초 가수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방송에선 늘 최고의 기록을 썼다. 80∼86년까지 MBC 10대 가수상, 80∼85년 KBS 방송 가요대상을 받은 그는 80년대를 평정했다.
이날 그의 무대가 준 뭉클한 감동은 화려한 그의 이력들이 준 기억 때문이 아니었다. 뭐랄까. 그의 노래를 통해 비로소 인생의 재미와 행복, 감동이 서려 있다는 걸 제대로 깨달았기 때문이랄까.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 녹화 무대. /사진제공=KBS |
이를 반영하듯 객석 곳곳에 '남편보다 조용필' '조용필은 내 인생이다' 같은 문구가 희화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조용필이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의 서사는 '나' 또는 '남편'보다 더 강렬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이날 28곡을 소화했다. 객석 곳곳에서 "오빠보다 우리가 더 힘들다. 쉬면서 하세요." 같은 우스갯소리가 터져나왔다. 박진영(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는 "가수라는 명칭을 가장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붙일 수 있는 유일한 레전드"라고 조용필을 수식했다.
우리는 아직 무서운, 집념의 뮤지션의 길을 조용필이라는 가수를 통해 보고 있다. 음정을 단 한 번도 낮추지 않고, 지금까지 가던 속도를 늦추지도 않는 뮤지션. 그 길의 종착역이 무엇이든 가수 조용필은 언제나 '이 순간을 영원히' 우리를 위해 존재할 것이다.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 녹화 무대. /사진제공=KBS |
김고금평 에디터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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