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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앱·마케팅 급물살…달리기와 여행 결합한 ‘런트립’도 [스페셜리포트]

매경이코노미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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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화 시장 규모만 1조원

너도나도 ‘특화’…바빠진 유통가

러닝 인기가 급등하면서 업종 불문하고 여러 기업이 저마다 대응 마련에 분주하다.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곳은 역시 유통·패션 업계이다. 러닝코어 열풍으로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러닝 카테고리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절대 수요가 늘어난 데다 고가 러닝화 인기가 오르며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상반기 러닝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23% 증가한 현대백화점에서는 ‘굿러너컴퍼니’라는 러닝 편집숍을 새로 오픈, 더현대 3개점에 입점시켰다. 롯데백화점도 러닝 특화 매장을 선보였다. 롯데월드몰점에 문을 연 ‘나이키 라이즈’는 개장 한 달 만에 수도권 나이키 매장 중 러닝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누적 방문객 수도 36만명을 넘어섰다. 신세계백화점은 부산 센텀시티점 지하 1층에 스포츠 슈즈 전문관을 조성했다. 이 밖에도 쿠팡은 올해 초 러닝 스페셜티관을 리뉴얼해 상품 수를 10배 가까이 늘렸고 젝시믹스와 안다르 같은 애슬레저 브랜드 역시 러닝 특화 라인업을 질세라 내놓는 중이다.

한국 러닝 인기에 주목해 공식 진출을 앞둔 브랜드도 있다. 스위스 러닝화 브랜드 ‘온러닝’이다. 온러닝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운동 브랜드 중 하나다. 온러닝 운영사 온홀딩 2019년 매출은 2억6700만스위스프랑, 원화로 약 4300억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매출은 23억1800만스위스프랑(약 3조8000억원)으로 5년 만에 10배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다.

국내에도 수많은 마니아가 있다. 온러닝과 국내 패션 브랜드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파프)이 협업한 ‘온러닝×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클라우드몬스터 2 문더스트 초크’는 올해 9월 2일 크림에서 104만원(275㎜)에 거래됐다. 발매가(27만9000원)보다 272.7% 비싼 가격이다. 스페인 브랜드 로에베와 협업한 ‘로에베×온 러닝 클라우드틸트 2.0 샌드 화이트’도 발매가(73만원) 2배를 훌쩍 웃도는 가격(180만원·270㎜)에 거래됐다.

이 같은 인기에 고무된 온러닝은 9월 중 서울 한남동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 예정이다. 최근 문을 닫은 ‘앤트러사이트 한남’ 카페가 있던 자리에 들어온다. 온러닝은 이 밖에도 송파구 롯데월드몰점, 여의도 더현대 서울점 등에 매장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리셀 시장도 뜨겁다. 리셀 플랫폼 크림이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닝 브랜드 ‘새티스파이’ 지난해 하반기 거래량이 전년 대비 무려 5160%나 늘었다. ‘온러닝’과 ‘호카’ 같은 대표 러닝 브랜드 거래량도 같은 기간 각각 1252%, 70% 증가했다.

상황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크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러닝 검색량은 반년 만에 270% 늘었다. 크림이 최근 ‘러닝 탭’을 신설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러닝 탭에서는 거리·체형별 추천 러닝화, 신규 발매 러닝화, 의류, 액세서리를 확인할 수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4조원을 훌쩍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2조7700억원과 비교하면 가파른 성장세, 이 중 러닝화 시장만 1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 중론이다.



러닝 앱·마케팅도 급물살

달리기와 여행 결합 ‘런트립’도

플랫폼 업계에도 러닝 열풍이 불어닥쳤다. 러닝 관련 앱과 그 이용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러너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앱은 ‘나이키런클럽’이다. 러너가 자기 기록을 관리하고 공유하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이용자 수만 33만명, 일평균 5만명이 이 앱을 쓴다.

다만 러닝 초급자는 단순 기록 외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앱이 필요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앱은 땀(TTAM)이 운영하는 ‘런데이’다. 보이스 코칭 기반 러닝 앱으로 인기를 끌며 최근엔 나이키런클럽을 웃도는 월 이용자 수(약 34만명)를 기록했다. 앱은 실시간으로 호흡과 페이스 조절을 피드백한다. 초보자를 위한 ‘30분 달리기 도전’ 등 루틴


콘텐츠도 제공한다. 8주 분량 플랜을 모두 이행하면 다음 추천 러닝 플랜을 공개한다. 일종의 러닝 챌린지인 셈이다.

이색적인 러닝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있다. 소셜 러닝 플랫폼 ‘러너블’은 각종 마라톤 대회 신청과 러닝 관련 제품 구매, 커뮤니티 등 다양한 기능을 앱에서 통합 운영한다. 러닝과 여행을 접목한 ‘런트립’ 콘텐츠 개발도 인기다. 최근에는 놀인터파크투어·두바이관광청과 함께 ‘2025 두바이 피트니스 챌린지 원정대’ 콘텐츠를 내놨다. 8주간 국내 러닝 프로그램과 4박 6일간의 두바이 런트립이 결합된 패키지다. 수요도 상당하다. 스카이스캐너가 한국인 러너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5%는 러닝을 목적으로 국내외 여행지로 떠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러닝을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하는 기업도 상당수다. 롯데웰푸드는 자사 아이스크림 ‘설레임 쿨리쉬 바닐라’ 출시를 기념해, 지난 8월 31일 서울 마포구 평화의공원 평화광장에서 브랜드 최초 마라톤 대회인 2025 설레임런을 개최했다. 5㎞ 코스를 뛰는 행사에는 약 3000명이 참여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치열한 러닝 후 설레임으로 열기를 식히는 순간, 설레임이 주는 시원함과 즐거움을 제대로 경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브영은 9월 20일 여의도 일대에서 1만5000명 규모로 열리는 ‘산리오×올리브영 큐티 런 2025 서울’ 마라톤을 연다. 티켓은 오픈 20분 만에 매진됐다. 롯데백화점이 10월 진행 예정인 ‘스타일런(Style Run)’도 오픈 5시간 만에 티켓이 매진됐다. 카카오뱅크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함께 기후위기 피해 아동을 돕는 기부 마라톤 ‘Save Race 2025’를 개최한다. 올해는 ‘모임통장’ 가입 고객을 위한 특별 신청 방식을 추가하며 눈길을 끌었다. 모임주가 모임통장 인증 후 참가 신청을 하면, 2~5명 단위 모임 멤버가 함께 참가할 수 있는 방식이다.

마케팅 업계는 당분간 러닝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러닝을 활용한 새로운 마케팅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스포츠패션 업계 한 관계자는 “러닝은 최근 유행한 운동들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접근 장벽이 낮고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는 차별화된 장점까지 지니고 있다”며 “인플루언서가 유행을 주도하는 현 상황에서 옷 맵시 등 스타일을 드러낼 수 있는 운동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인플루언서 제품 홍보나 마케팅에 딱 적합하다”고 말했다.

‘런라니’ ‘상탈족’ 사회적 이슈도

러닝족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

대세가 된 최근 러닝 트렌드를 모두가 반가워하는 건 아니다. 천만명이 함께 뛰는 운동이 된 만큼 공공 공간 이용에 있어 전에 없는 사회 이슈가 불거지는 건 뜻밖의 부작용이다.

많게는 수십명이 함께 뛰는 러닝 크루가 늘면서 이곳저곳에서 민원이 급증하는 중이다. 일부 러닝 크루가 산책로를 점령하다시피 뛰기 때문이다. 매주 안양천 인근을 뛰는 직장인 유 모 씨(32)는 “패거리로 몰려다니며 비켜달라고 외치는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다들 본인이 속한 모임은 1열(한 줄)로 뛴다고 말하는데, 단 한 번도 그런 모습은 본 적 없다”고 말했다.

SNS 인증샷 열풍과 함께 트렌드처럼 자리 잡고 있는 ‘시티런(도심 한복판을 뛰는 행위)’도 문제다. 도심 특성상 좁은 도보가 대부분인데, 이를 크루 단위로 뛰다 보니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부 시민들은 러닝 크루를 ‘자전거 무법자(자라니)’보다 무섭다고 해 ‘런라니’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을 정도다. 러너들 사이에서도 “크루 단위로 시티런을 하는 게 맞느냐”는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중이다.

민원이 계속되자 지자체 중 일부는 러닝 크루 활동을 제한하고 나섰다. 예를 들면, 서울 서초구청은 지난 10월 1일부터 러너에게 인기가 많은 반포종합운동장 러닝 트랙에서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제한했다. 서울 송파구도 석촌호수 산책로에 ‘3인 이상 러닝 자제’를 요청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성북구 역시 ‘우측 보행·한 줄 달리기’ 캠페인을 벌였다.

‘상탈족’ 문제도 등장했다. 공원 러닝 코스에서는 상의를 탈의한 채 달리는 모습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이 늘었다. 러너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더위에 대응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일 뿐”이라고 맞선다. 개인의 자유와 공공의 정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어려운 문제다.

전문가들은 러닝 열풍이 지속 가능하려면 매너 규칙과 공공 인프라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러닝 크루 내부에서도 2열 이하 달리기·보행자 우선·야간 조명 착용 등 기본 규칙을 세워 공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인철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러닝족 논란은 일시적으로 겪는 사회적 몸살에 가깝다”면서도 “러닝도 예절 캠페인과 전용 공간 확보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 지자체는 러닝 전용 트랙 확충이나 러닝 이벤트 운영 가이드라인 마련 등 제도적 장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6호 (2025.09.10~09.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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