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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8NEWS] "워낙 씩씩한 팀원이라 혼자 가겠다고" '이걸 믿으라고?' 특종기자도 '분노'

SBS 이호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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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인천의 한 갯벌에 해루질을 하다 고립된 70대 중국인 남성을 구하다 순직한 이재석 경사의 마지막 출동 모습입니다. 이 경사가 세상을 떠난 지 6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 사건에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이 많습니다. 사고 당일 10시 7분 해경의 보도 자료가 하나 올라왔는데요. 갯벌에서 고립된 남성을 구하다 실종된 30대 경찰관이 발견됐다는 내용입니다. 이 자료가 올라오고 이 경사가 시민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였다, 시민을 구하고 떠난 영웅이다라고 칭송하는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유족 측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설명 듣고 싶어 했고, 저희도 이 부분을 취재하려 했는데 해경 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유족 측은 고인이 구조 활동에 혼자 나갔다고 의심했고 해경 측에서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시작됐습니다. 왜 이 경사는 혼자 갯벌에 나갔을까? 새벽 2시 11분 그것도 밀물의 크기가 가장 큰 대조기였습니다. 해경 측에 문의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확인해 보겠다가 다였습니다. 그러다 사고 당일 전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녹취록, CCTV와 그리고 드론 영상을 입수했습니다. 무전 내용에는 위험했던 상황과 이 경사가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말이 나와 있었는데요. 같이 당직을 서던 팀장이 다른 팀원을 끼워서 보내줄까 했을 때는 물이 차올라서 필요할 것 같긴 하다고 직접적으로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을 했고, 그리고 또 이 경사 자기가 수심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물이 허리까지 차오른다 등 하면서 위험한 상황을 전달했습니다. 근데 돌아오는 건 지원이 아니라 계속되는 의문문이었습니다.
영상이랑 종합했을 때 이 경사 최소 33분간 물 위에 살아 있었습니다. 2시 54분 요구조자와 상봉하고 3시 27분 위치가 소실될 때까지의 시간입니다. 드론으로 이 경사의 이때는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던 상태였으니까 이때 구조대가 투입됐으면 어땠을까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구조 장비가 투입된 건 4시 5분 1시간이 넘어서였습니다.
이런 문제를 덮기 위해서 파출소장과 팀원들에게 입을 다물게 한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사고 당일 당직을 서는 팀은 팀장과 이 경사, 그리고 동료 4명 등 총 6명이었습니다. 이 동료 4명이 이 경사 영결식에서 파출소장에게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함구 명령을 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저희가 이 파출소장과 팀원 간의 통화 내용도 확보해서 보도해 드렸는데, 유족들을 만나면 슬픈 모습만 보여라, 맞는 말이라도 하지 마라, 가만히 있어라 등 5분 26초 동안 이뤄진 통화에서 소장은 내내 팀원들의 입단속을 시킵니다. 소장은 뭘 감추고 싶었던 걸까요? 또 이 팀원들은 인천 해양 서장이 소장을 시켜서 팀원들의 입을 막으려고 했다고도 했습니다.
자료들을 살펴도 여전히 남는 의문점들이 있습니다. 가장 큰 건 왜 혼자 나갔을까 유족 측이 팀장한테 처음 들은 설명은 이렇습니다. 갯벌에 사람이 있는 게 확실한 게 아니었고,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확인 차원에서 나갔다는 겁니다. 또 이 경사가 워낙 씩씩한 팀원이라서 혼자 나가보겠다고 했다는 건데요. 이 말을 근데 믿긴 어려워 보입니다. 설령 맞다고 하더라도 순찰차에는 2명 이상이 타게 돼 있습니다. 해경 훈령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2명 이상이 타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혼자 가겠다고 했더라도 누군가는 이 경사와 현장에 같이 나갔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아까 훈령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고 했는데, 해경 측은 사고 다음 날 이 사건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는지 면밀히 살피겠다고도 했습니다. 갯벌에 고립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구조하러 가는 건데 이 상황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을까요? 만약 순찰차에 한 명이 더 있었더라면 이 경사 혼자 요구조자를 구하러 갯벌에 갔더라도 허리까지 물이 차는 위험한 상황이 됐으면 이 경사를 즉각적으로 도와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의문이 남는 부분은 또 있습니다. 왜 추가 인원 투입이 없었나, 왜 구조까지 이렇게 오래 걸렸나 당시 무전을 보면 이 경사가 물이 차오른다, 인원이 필요하다 입수해서 들어간다 등 당시 위험했던 상황을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팀장은 계속 되묻기만 할 뿐 실제 지원은 안 해줬습니다. 사고 당일은 대조기여서 물이 순식간에 차오르고 또 안전사고 위험 주의보도 발령된 상태였습니다. 팀장은 이걸 몰랐을까요? 추가 인원이 늦게 투입한 것에 대해 이 경사 동료들은 기자회견에서 본인들은 팀장에게 상황을 공유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경사가 걸어서 나오고 있다고 해서 위험한 상황이었는지 몰랐다는 겁니다.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을 만났는데 이분들이 하는 이야기가 이거였습니다. 살릴 수 있는 아이였다고. 혼자 나가지만 않았더라면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추가 지원이 있었다면 물 속에 생존해 있던 33분 안에 구조가 이루어졌더라면 이 경사를 살릴 수 있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인천 해양경찰서장, 영흥파출소장, 그리고 이 경사와 당직을 섰던 팀장은 어제 부로 직무에서 배제됐습니다. 또 해경에서 자체적으로 구성한 진상조사단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서 잠시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앞으로 조사가 어떻게 흘러가야 할지는 계속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구성 : 이호건 / 영상편집 : 이승희 / 디자인 : 육도현 /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이호건 기자 hogen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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