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끌끌 차며 볼 수 있을 것"…'어쩔수가없다' 이병헌X손예진도 떨리게 한 개막작 무게감[30th BIFF]

[스포티비뉴스, 부산=강효진 기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어쩔수가없다'가 관객들의 공감대를 자극할 이야기가 될 것을 예고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3시 10분 부산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과 박가언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오는 24일 국내 개봉한다.

박찬욱 감독은 "오래 준비해온 작품이라는 얘긴 다들 아시겠죠. 정말 그렇게 오래 걸렸다. 우리 나라에서 처음 선보이게 돼서 참 감개무량하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온 것은 처음이라서 설렌다. 30주년이라 더욱 그렇다. 어떻게 봐주실지 떨리는 마음을 안고 개막식에 참석할까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병헌은 "저도 감독님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영화를 이렇게 기대하며 기다렸던 작품이다. 개막작으로 제 작품이 한 번이라도 상영된 적 있었나 찾아봤는데 정말 없더라. 제 작품 중에 처음으로 오게 돼서 더 기대되고 떨린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이렇게 영화제에서 제 영화를 개막작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처음으로 일반 관객 분들과 함께 보게 돼서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너무 기대된다.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또한 박희순은 "선출 역을 맡은 박희순이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 어쩔수가없이 취한 모습을 보이게 돼 죄송하다. 감독님께서 저를 선출 역으로 선출해주셨기 때문에 어쩔수가없다. 잘 부탁드린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성민은 "최근에 베니스를 다녀왔지만, 부산이 짱이다"라고 말했고, 염혜란은 "부산은 저에게 꿈에 가까운 상징적인 도시다. 언젠가 꼭 영화제로 와보고 싶은 도시였다. 영화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라와 비슷한 게 있다. 자연이 가진 낭만과 도심을 함께 품고 있는 도시 같다"고 부산 방문에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은 제지업계를 배경으로 한다. 이병헌은 "베니스, 토론토를 영화제 때문에 다녀오면서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영화에서는 제지 업계지만 우리 업계에서도 그런 위기를 느끼지 않느냐는 말씀을 하더라. 저는 사라져가는 종이의 쓰임이 제지업의 어려움처럼, 영화의 어려움도 있지만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극장이라고 생각한다. 극장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타개하고 관객들에게 또 다시 사랑받는 장소가 될 수 있을까. 그건 모든 영화인들이 생각하는 어려움일거라고 생각한다. 현실로 직접 피부로 느끼진 못하지만 AI의 문제도 이 영화에서는 후반부에서 문제제기를 한다. 배우나 감독들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런 지점에서 많은 공통점을 저도 느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손예진은 "저는 이번 영화가 7년 만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오래 배우로서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다. 영화계 현실이 너무 안좋아져서. 7년 만에 한 의미가 있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박찬욱 감독님 같은 분들이 작품을 많이 만들어주셔야 한다는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게끔 저는 제 자리에서 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민은 "저같은 배우도 대체될 수 있는 누군가가 생긴다면 대체되지 않을까. 그러면 직업을 잃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인들의 삶을 떠올리기 보단 각자 자신의 직업을 먼저 떠올릴 것”이라며 “저 역시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쉽게 감정이입을 했던 부분이 종이를 만드는 것이 엄청 대단한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주인공에겐 인생의 전부다. 영화를 만드는 저로서는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도 사람들에게 큰 교훈을 주는 일이 아니다. 그저 2시간 짜리 오락거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일에 가진 걸 다 쏟아부어서 인생을 통째로 걸고 일을 하지 않냐”며 “그렇기 때문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최근 부진한 한국영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찬욱 감독은 “지금 영화 업계가 어렵고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더 힘든 상황인 건 맞는 것 같다”며 “그러나 영영 이런 상태에 머무르진 않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이 영화가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박찬욱 감독은 '어쩔수가없다'에 대해 "한국인들의 집에 대한 집착이라든가 가부장적인 제도, 사회 풍습의 흔적 때문에 갖게되는, 마주한 사람의 한계나 어리석음이나 이런 것들이 더 각별하게 묘사되게 했다. 어느 나라 관객보다 여러분이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고, 혀를 끌끌 차면서 보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7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영화의 전당, 센텀시티, 남포동 등 부산 일대에서 열흘간 진행된다. 이번 영화제의 공식 상영작은 64개국의 241편으로로, 커뮤니티비프 상영작까지 총 328편이 상영된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은 총 90편이다. 특히 올해는 영화제 30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경쟁부문을 도입했다. 아시아권의 주요 작품 14편이 경쟁부문에 나서며, 수상 결과는 폐막일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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