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공동파업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5.09.17.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
서울대·강원대·경북대·충북대병원 등 국립대병원 4곳이 17일 하루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공동파업은 지난 2004년 이후 21년 만에 4개 이상의 국립대병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파업으로, 일단 이날 하루만 진행하되 정부와 병원 경영진이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2차 파업도 불사하겠단 방침이다. 이들은 "지역의료와 공공의료는 붕괴 위기의 긴박한 응급상황인데, 정작 정부는 구체적인 개선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파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1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의료연대본부 소속 서울대·강원대·경북대·충북대병원 노조는 이날 오후 1시30분 서울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공동파업대회를 열고 "누구나 어디서나 건강할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파업대회엔 의료연대본부 산하 전국의 조합원들과 공동파업을 지지하는 연대단체 등 약 2000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공공·지역 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보건의료 및 돌봄 인력 확충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권 강화 △의료민영화 저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을 요구했다.
이날 의료연대본부 박경득 본부장은 "환자들이 지역 간 의료격차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지역의료 격차 해소와 공공의료 강화를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합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숭례문앞에서 '공동파업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5.9.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의료연대본부는 공동파업의 이유로 △지역의료와 공공의료는 붕괴 위기의 긴박한 응급상황인데, 정작 정부는 구체적인 개선대책은 내놓지 않았다는 것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예산 규모가 이전 정부와 차이가 없다는 것 △건강보험료는 인상하면서 정부와 기업의 책임 강화에 대한 언급은 없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몇 퍼센트까지 강화할 것인지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을 들었다. 또 △병원·돌봄 노동자들의 인력 부족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 △비정규직 노동자와 돌봄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개선 대책도 없다는 것 등도 파업 이유라고 했다.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이날 공동파업엔 4개 병원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사무 행정 직원, 시설·미화 직원 등 노조 조합원 등 86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들은 "요구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은 없지만 정부와 계속 협의하고 있고, 단체교섭도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일단 17일 하루만 진행하는 경고성 파업"이라며 "병원 운영과 환자의 안전을 고려해 필수 유지 업무자 등 현장 인력은 상당수 유지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약속이 확인되지 않거나, 병원별 교섭에서 특별한 진전이 없으면 2차 공동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2차 파업은 이번 1차 경고 파업과 달리 파업 기간도, 파업 규모도 훨씬 강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지역의료·공공의료 위기가 심각하고 인력 충원과 임금 등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다"며 "정부는 2차 파업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신속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공동파업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9.17.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전국 11개 국립대병원은 지난해 총 563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적자 폭이 96% 증가한 것이다. 이채민 서울대병원분회 교섭위원은 "방만 경영이라는 이유로 호봉 간 차액이 1%가 되지 않아 사기가 떨어져 이직하기 일쑤다. 그리고 낮은 임금을 보존하기 위해 주6일제를 자처하는 서울대병원이 돼버렸다"며 "서울대병원은 국가를 대표하는 공공병원이다. 그 책임에 걸맞은 환경을 갖추기 위해 목소리를 낸다"고 말했다.
강원대병원분회 이요한 분회장은 "강원대병원 노동자들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국립대 병원이라는 이유로 병원 노동자들은 적자와 정부의 공공기관 악덕 지침 때문에 노동권을 빼앗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원대병원 파업은 2000년 병원 설립 후 최초다. 강원대병원분회는 △의료공공성 강화 △인력 충원으로 환자 안전 강화 △통상임금 총인건비 제외 △근속 승진 연수 조정 △저임금 업무 협력적 임금 테이블 개선 등을 요구했다.
경북대병원분회 조중래 분회장은 "이재명 정부는 말로는 공공의료와 지역의료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내년 정부 예산에 국고 지원 예산은 사실상 윤석열 정부와 다를 바 없다"며 "공공의료가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공·지역의료 국가 책임 강화, 노동시간 단축, 현장 인력 충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했다.
충북대병원 노조가 파업한 건 24년 만이다. 충북대병원분회 권순남 분회장은 "충북대병원은 지난해 418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개원 이래 최대 손실을 냈고 운영자금 부족으로 1200억원대 대출까지 떠안고 있다"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국립대 병원들이 고사 위기에 놓였고 지역 필수공공의료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규 인력 충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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