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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무부, ‘박정희 계엄령 1호 피해자’ 국가배상 판결에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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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3월24일 대일굴욕외교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온 학생들을 경찰이 최루탄과 진압봉으로 마구 때려 진압하고 있다. <합동연감> 자료

1964년 3월24일 대일굴욕외교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온 학생들을 경찰이 최루탄과 진압봉으로 마구 때려 진압하고 있다. <합동연감> 자료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4년 한일회담 반대시위와 관련해 발동한 ‘계엄령 1호 위반’ 사건으로 불법 구금됐던 당시 대학생들에게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에 정부가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공개사과와 보상을 결정하고, 국방부 장관의 공식 사과와 공소기각 결정을 해놓고도 정부가 항소하자 피해자들이 ‘명예를 두 번 짓밟은 처사’'라며 분개하고 있다.



17일 법조계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 8일 수원지법 민사9단독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해당 재판부가 지난달 19일 백광수·차진모 씨 등 2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데 대해 불복한 것이다.



백씨 등은 1964년 6월 한일회담 반대운동에 참여했다가 군 수사기관으로부터 불법수사를 받은 뒤 내란예비음모 및 내란미수 혐의로 계엄보통군법회의에 기소됐다. 당시 계엄사령부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옥내외 집회 및 시위 금지, 언론 출판·보도는 사전 검열, 일체 보복 행위 금지, 유언비어 날조 및 유포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포고령을 발령했다.



당시 대학생이던 백씨는 한일회담 반대 시위 전날인 6월2일 남대문시장 인근 여관에서 가두시위에서 사용할 현수막을 만들던 중 경찰에 의해 체포돼 연행됐고, 차씨는 시위 이튿날인 6월4일 불심검문을 통해 경찰서로 연행돼 구금됐다. 이후 국회 요구로 백씨 등은 풀려났으며, 같은 해 9월16일 정부가 공소를 취소하면서 최종 공소기각 결정됐다.



그로부터 59년 만인 2023년 1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백씨 등에 대한 구금 등 행위를 ‘한일회담 반대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군 수사기관에서 불법적인 수사를 받은 뒤 내란예비음모 및 내란미수 혐의로 기소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위법한 수사와 무리한 기소로 중대한 인권침해를 저질렀다.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백씨 등은 지난해 4월5일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1년 4개월 만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재판부는 백씨에게 5500여만원을, 차씨에게 4900여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가 항소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겨레는 법무부에 항소 이유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백광수씨는 항소와 관련해 “불법 계엄에 따른 위법한 구금 등으로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고, ‘내란 주모자’로 몰렸던 과거에 대해 미약하나마 보상 판결로 명예를 회복했다고 믿었다”면서 “그런데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 항소장을 제출해 또 한번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했다.



이어 “공무원들의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인권침해 피해에 대해 반성한다면서도 또다시 피해자를 괴롭히는 이런 행태는 묵과할 수 없다. 과오를 반성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법무부의 공개적인 해명을 촉구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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