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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황오제의 신화는 허구" 중국 정부·학계에 일침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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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톈 중국사. 1 선조
이중톈 지음ㆍ김택규 옮김
글항아리 발행ㆍ200쪽ㆍ1만2,000원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투르판의 7세기 고분에서 발견된 ‘복희여와도’. 중국 민족의 시조로 여겨지는 복희와 여와가 하체를 뱀처럼 서로 꼰 모습을 하고 있다. 글항아리 제공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투르판의 7세기 고분에서 발견된 ‘복희여와도’. 중국 민족의 시조로 여겨지는 복희와 여와가 하체를 뱀처럼 서로 꼰 모습을 하고 있다. 글항아리 제공

중국은 주변국을 동이(東夷)ㆍ서융(西戎)ㆍ남만(南蠻)ㆍ북적(北狄) 등 오랑캐라고 멸시한다. 이처럼 자신이 세상의 중심으로 자부하는 중국은 역사 뿌리를 신석기ㆍ청동기시대의 황하문명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황하문명보다 시대가 앞선 유적이 고조선의 요람인 요하 유역과 발해만 연안에서 대량 발굴됐다. 위기를 느낀 중국 정부와 학계는 1996년부터 '단대공정(斷代工程)', '탐원공정(探源工程)' 등을 통해 삼황오제(三皇五帝)의 신화시대까지 역사를 끌어올리는 확대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중국 정부의 작업에 반기를 든 이가 나왔다. <삼국지연의>를 재해석한 <삼국지 강의> 등의 책을 펴내며 '이중톈 현상'을 불러일으켰던 이중톈(66) 전 샤먼대 교수가 36권짜리 <이중톈 중국사>의 1권에 해당하는 선조(先朝)편을 통해서다. 중국통사를 다룬 이 책을 올해 5월부터 분기별로 두 권씩 매년 8권의 속도로 2018년에 완간하겠다는 각오다.

이중톈은 삼황(복희, 여와, 염제)과 오제(황제, 전욱, 제곡, 요, 순)시대를 다룬 이 책에서 요와 순을 제외하면 모두 허구의 인물이라고 밝혔다. 중국 최초의 신 여와는 뱀이 아니라 개구리이고, 황제(黃帝)는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황제족의 1대, 2대, 3대 족장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요와 순의 평화로운 선양 신화는 말짱 거짓말이란 사실도 밝혀냈다.

이중톈은 역사 서술을 일련의 '기호 해독'으로 간주한다. 마치 다빈치 코드를 해독하듯 중요 사안을 해부해나간다. 그에게 "여와와 덩샤오핑은 일종의 기호"이며 "여와는 원시시대를,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대표"한다. 즉 여와부터 덩샤오핑까지 쓴다는 것은 사실 원시시대부터 개혁개방시대까지 쓰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기호로는 삼황오제 등 중국의 신화와 전설시대를 대표하는 제왕 혹은 문화영웅들이다. 이중톈은 그들을 실존 인물이나 상상의 산물로 보지 않고 그들이 속한 시대와 문화를 상징하는 기호로 간주해 그들의 이름, 이미지, 이야기에 담긴 함의를 추리한다. 이를 통해 그 시대의 문화의 진상을 온전히 펼쳐 보이겠다는 뜻이다.

예컨대 인류 공통의 여신으로서 이브가 모계 중심인 원시공동체를 대표한다면 여와와 복희는 그 권력이 부계 중심으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로서 씨족, 염제와 황제는 부락, 요와 순은 부락연맹을 대표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중톈이 서술하는 역사는 통사이지만 통사가 아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의 말을 빌자면 '카레즈'형식의 역사다. 카레즈란 척박한 땅을 일구고 사는 사막지대 사람들의 독특한 관개 수로다. 산비탈에서부터 밭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우물을 파고, 동시에 우물 밑을 서로 연결하는 식으로 물길을 만든다. 이중톈의 역사 서술이 이와 똑같다. 한 시대의 특성을 보여주는 소재를 택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한 뒤, 그 다음 시대로 넘어가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찾는다. 결코 시시콜콜한 시대의 전모를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이중톈이 마치 내 앞의 강단에서 손을 휘젓고 침을 튀기며 역설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용이 학술적이되 서술은 발랄하게 유지할 것이다. 쉽고 발랄한 것이 학술적 엄숙함과 결코 모순되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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