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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 걸린 곤돌라 공사…남산의 주인은 누구인가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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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곤돌라 조감도. 서울시 제공

남산 곤돌라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해성 | 작가·남산예장공원 기획자





서울 남산 허공에 울긋불긋 칠한 외줄가마가 들어선 건 1962년이다. 5·16 쿠데타가 난 이듬해, 아직 민간 정부로 정권 이양이 되지 않은 국가재건최고회의 시절이다.



남산과 서울을 내려다 보면서 떠 가는 이 케이블카를 사람들은 오래도록 정부 내지는 서울시 같은 공공에서 운영한다고 믿어 왔다. 개인사업자의 케이블카 사업이 사실상 영구 독점으로 승인되었다는 걸 사람들이 두루 알게 된 게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건 어찌 보면 이상한 일이다. 서울시는 여러 시장들이 나서서 이 괴이한 계약을 바꾸고자 애써 왔으나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23년 서울시는 이를 대체하고자 서울 지하철 명동역 1번 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탑승할 수 있는 곤돌라 시설을 할 수 있는 터를 닦기에 이르렀다. 남산예장공원을 조성하면서 지하에 대형 전기버스가 들어올 수 있는 큰 주차장을 확보한 건 그에 따른 조처였다. 그 옆에 들어섰다가 이전한 이회영기념관 자리는 네개 벽만 둔 채 빈 공간에서 전시·연출하도록 마무리했다. 비용은 덜 들이면서 당장이라도 곤돌라 공사를 해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남산예장공원에서 곤돌라가 출발하게 되면 몇가지 중요한 가치가 새로 형성될 수 있다. 우선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자동차로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남산 숲을 지나는 일부 도로는 산림과 녹지 보호를 위해 산책 전용로로 바꾼 지 제법 되었다. 케이블카를 타는 지점은 어디든 이용객 차량으로 붐빌 수밖에 없고 매연은 그만큼 숲 생태를 해칠 터다.



공간의 역사성 또한 뺄 수 없다. 새로 곤돌라 공사를 하고자 하는 곳은 1910년 경술국치를 당한 한국통감관저(통독관저)가 있던 ‘국치터’에서 100여 걸음 남짓이다. 국치터는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기억의 터’이기도 하다. 곤돌라 예정지에는 몇해 전까지 교통방송이 있었는데, 그 전에는 중앙정보부가 있었다. 이를 잊지 않고자 중앙정보부 6국 터에 ‘기억6’을 설치하여 내방객을 맞고 있다. 공원 중심에는 일제 관사터를 발굴하여 전시하고 있다. 이 공원은 시민들이 일상으로 산책하거나 곤돌라를 기다리면서 역사를 동시에 깨우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일제는 남산을 중심으로 식민지 지배 공간과 이념 공간을 팽창해갔다. 남산 북서쪽에는 한국통감부(조선총독부)가 똬리를 틀었다. 북쪽과 남쪽에는 병영이 자리를 잡았다. 서울역에서 올라가는 남산 서쪽 비탈 정면에는 조선신궁이 들어앉았다. 통치권력과 신도신앙라고 부르는 제국주의 국가종교와 군대가 두루 남산을 거처로 삼고 있었다. 일제 금융 수탈 기관들은 남산 아래 명동을 중심으로 포진했다. 일제의 쇼케이스인 소비 공간과 일본인 거주지 또한 남산에 기대고 있었다. 남산 북쪽과 서쪽을 아우르는 영역 대부분이 일제가 조성한 거대한 공원이었다. 한국인들에게 이곳은 강요된 신사 참배를 와야 하는 장소였다. 일제는 한국인이 품고 있던 공간 기억을 남김없이 지우면서 자신들 상징 공간으로 침탈해갔다.



알다시피 남산은 존재 자체로 애국가 2절이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로 풍광 같은 자연 형상이나 풍수지리의 가치(도성을 쌓은 네개 산 중 하나)를 훌쩍 뛰어넘은 지 오래다. 이는 국권 상실의 위기 속에 형성되고 마침내 애국가로 백두산과 함께 불변의 상징성을 지니게 되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서울시에서는 남산예장공원 들머리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를 심었다. 이처럼 지하철과 전기버스를 타고 온 시민들이 쉽게 접근해서 민족사의 회복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남산예장공원이다. 따라서 곤돌라는 이 지점에서 시민들을 태우고 생동하는 역사와 함께 이동하는 게 맞다. 지금 케이블카는 이 역사를 생략하는 비약으로 시민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영국 제국은 아편전쟁에 힘입어 조차한 홍콩을 99년 만에 중국에 반환했다. 설령 계약이 완벽하더라도 우리 땅 일부를 어떤 특정 기업이나 개인이 영구히 사용하는 것은 누가 봐도 옳지 못하다. 남산은 다른 나라 땅이 아니다. 이는 국토가 주권자인 국민 말고는 누구에게도 귀속될 수 없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몇달 전 법원은 상식이나 민심과 다른 결정을 내렸다.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가 서울시 남산 곤돌라 공사를 중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공공 가치가 개인사업자 이익 앞에서 무력하다면 대체 이 땅의 주인은 누구인가. 기왕에 남산 케이블카 말고도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사업 등 과거 권력이 신성한 국토 가치를 훼손하면서 영구 사업허가를 내준 것들을 전면 재검토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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