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30 크로스컨트리 외관. 서재근 기자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볼보가 국내 시장에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 크로스컨트리 ‘EX30 Cross Country(이하 EX30CC)’를 내놨다.
크로스컨트리는 지난 1997년 볼보가 글로벌 시장에 첫선을 보인 독창적인 라인업으로 스웨덴의 혹독한 겨울과 거친 지형에서도 탁월한 성능과 운전자가 기대하는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된 모델을 지칭한다.
앞서 출시한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X30에 크로스컨트리만의 요소를 더해 성능과 활용도를 높였다는 게 볼보 측의 설명인데, 지난 9일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차량타고, ‘EX30CC’의 특징을 살펴봤다.
먼저 디자인을 살펴보면, 기존 EX30과 비교해 큰 틀의 변화를 꾀하지는 않았다. 평소 자동차 생김새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차이점을 꼽기 어려운 수준이다.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일명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헤드라이트 디자인과 날렵한 측면 실루엣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EX30 크로스컨트리 측면(위부터 시계방향), 후면, 정면. 서재근 기자 |
물론 휠 아치 주변 익스텐션과 매트 블랙, 그라파이트 색상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19인치 크로스컨트리 전용 휠 등 곳곳에 차별 포인트도 눈에 띈다. 특히, 험로 주행에 특화된 모델답게 기존 모델 대비 지상고가 약 2㎝(19㎜) 높아지면서, 시각적으로 차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실내 역시 전면 클러스터를 생략하고, 센터패시아에 배치된 12.3인치 디스플레이 외에 창문을 여닫는 버튼을 제외하고 물리버튼을 찾아볼 수 없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기존 모델과 차이가 없다. 2열 공간의 경우 신장 180㎝인 성인 남성이 편하게 앉을 만큼의 여유는 제공되지 않는다. 다만, 여성 탑승자 또는 아이나 반려동물에게는 안락한 거주성을 제공한다.
EX30 크로스컨트리 실내. 서재근 기자 |
EX30CC의 진짜 매력은 편의성이다. 최근 볼보가 내놓은 플래그십 전기 SUV XC90, 중형 SUV XC60과 마찬가지로 이번 신차 역시 독립형 센터 디스플레이의 활용성이 매우 훌륭하다.
볼보코리아가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티맵(TMAP) 모빌리티와 개발한 커넥티비티는 퀄컴의 차세대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된 새로운 볼보 카 UX를 통해 빠른 반응과 매끄러운 연결성을 지원한다. 인공지능(AI) 서비스 누구 오토, 써드파티 앱을 지원하는 티맵 스토어 등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데 신차를 탈 때마다 낯선 조작법에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마치 하나의 독자적인 태블릿 태블릿 PC를 거치해 사용하는 것 같다.
특히, 기존에 내비게이션 활성화 상태에서 화면 분할 기능을 통해 웨일 브라우저나 주행모드 설정 등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30 크로스컨트리 센터페시아 터치 스크린을 통해 웨일 브라우저(왼쪽부터), 티맵, 음악스트리밍서비스 플로를 활성화 한 모습. 서재근 기자 |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EX30 시리즈’는 내연기관 모델과 달리 차량의 주행 속도나 주행가능 거리, 전비 등을 보여주는 전면 클러스터를 생략하고, 해당 기능을 모두 중앙 디스플레이로 옮겼다.
사용자에 따라 느끼는 바에 차이는 있겠지만, 이 같은 디자인 변화가 실제 주행에서 불편함으로 다가올 때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시속 30㎞ 제한구역이나 고속도로 과속 단속 구간을 지날 때 차량의 속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운전자 기준으로 오른쪽에 배치된 중앙 디스플레이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주행 중 중앙 디스플레이 상단에는 차량의 앞과 뒤, 좌우의 교통상황을 3D 그래픽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데, 이 역시 운전자가 보면서 운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통해서라도 운전자가 실제 주행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를 쉽게 살필 수 있도록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30 크로스컨트리 사이드 미러 설정 화면. 서재근 기자 |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이드 미러 조작 방식이다. EX30CC는 1열 창문 조작버튼이 안쪽 손잡이가 아닌 중앙 컵홀도 부근에 배치돼 있다. 운전석과 보조석 문에는 차문을 열고 닫기 위한 손잡이만 있을 뿐이다.
운전자가 필요에 따라 사이드 미러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중앙 디스플레이를 활용해야 하는 데 이 과정도 단순하지만은 않다. 차량 설정에 들어가서 사이드 미러를 선택하고, ‘왼쪽’과 ‘오른쪽’을 모니터 화면을 터치해 설정한 이후 미러의 상하좌우는 스티어링 휠에 배치된 화살표 버튼을 통해 조절하는 방식이다. 정차 중에 세팅할 때는 그나마 괜찮지만, 운전 중에 설정값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는 매우 불편하다.
동력 성능은 훌륭하다. EX30CC는 최대 428마력의 모터 출력과 최대 토크 55.4㎏.m의 힘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7초다. 이는 브랜드 역사상 가장 빠른 수치로 일상에서 차고 넘칠 만큼의 성능을 갖췄다.
가속페달을 밟는 압력과 정비례하게 움직이는 전기차 특유의 가속력이 시속 100㎞ 이상의 고속 구간까지 막힘없이 경쾌하게 이어진다. 중형급 이상 전기 SUV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은 차체 크기도 역동적인 주행감성을 높이는 데 한몫을 한다. 여기에 높아진 차체 덕분에 과속방지턱이나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EX30 크로스컨트리 전면. 서재근 기자 |
차량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복합 기준 329㎞(산자부 기준)이다. 실제 주행에서 전비효율을 봤을 때 급가속, 일상 주행에서 무난하게 실제 400㎞대까지는 주행이 가능할 것 같다. 다만, 최근 출시된 신차들이 공인 기준 400㎞ 이상의 주행가능 거리를 확보하는 것과 비교하면 조금은 아쉽다.
이번 시승에서 실제로 충전하지는 못했지만, 제원상으로는 최대 153㎾의 급속(DC) 충전을 통해 10~80%까지 약 28 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EX30CC의 국내 판매가격은 5516만원이다. 이는 글로벌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약 3500만원 이상 경쟁력 있는 가격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독일에서 EX300CC의 판매가격은 5만7290유로(약 9295만원)에 이른다. 신차 판매 가격, 티맵과 협업 등 볼보가 밟아온 행보를 보면, 볼보만큼 한국 시장에 진심인 수입차 브랜드도 찾기 어려운 것 같다.
‘볼보’라는 브랜드가 자랑하는 안전성과 더불어 전기차 특유의 가속력과 정숙성, 부담없는 콤팩트 사이즈와 SUV의 실용성을 차량 구매 조건으로 두고 있는 1인 혹은 2인 가구 소비자들에게 EX30CC는 매우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