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국 법원장들이 지난 12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여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안을 논의했다. 여당안은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 평가제도 개편 등을 담고 있다. 법원장들은 이 중에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건 1·2심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고, 대법관 추천위 구성 다양화와 법관 평가제도 개편은 사법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법개혁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사법개혁 논의가 과거와 달리 사법부가 배제된 채 이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신뢰 잃은 사법부의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내란 사건을 심리 중인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과 ‘조희대 대법원’의 대선 개입 시도 논란이 국민적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조 대법원장이 같은 날 열린 ‘제11회 대한민국 법원의날’ 기념사에서 “최근 우리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이리 크고, 사법부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면 법원장들은 먼저 자성부터 하고 입장을 밝히는 게 도리였다고 본다. 그러나 법원장 회의에선 그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병행하지 않는 사법 독립은 ‘법의 지배’가 아니라 선출되지 않은 법복귀족들의 지배, 곧 ‘사법부의 지배’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게 다수 국민의 시각이고, 그것이 작금의 사법개혁을 추동하는 주된 문제의식이라는 걸 법원장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법원장들은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만 했다. 사법 불신의 본질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
사법개혁은 법관의 독립과 사법 서비스 질 제고, 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 사법부 구성 다양화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예컨대 대법관 증원은 법원 판결 적체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걸 해소하기 위해 대법관을 얼마나 늘리는 게 적정한지, 1·2심의 판결 적체는 어떻게 해소할지, 그에 따른 인력 충원은 어떻게 할지, 대법관 증원이 현 정부의 대법원 장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증원 시점은 언제부터 어떻게 하는 게 타당한지를 종합적으로 따져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삼권분립 한 축인 사법의 새 백년대계를 세우는 이 중차대한 논의에 당사자인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여당도 사법 독립 침해 가능성을 막고 현실에 착근하는 지속 가능한 개혁을 이루려면 사법부도 참여하는 논의 틀에서 충분한 숙의와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최종안을 도출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도 사법 불신에 대한 사법부의 냉정한 현실 인식과 맹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들도 사법부를 개혁의 한 주체로 인정하고, 사법부 의견에도 권위와 힘이 실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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