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사법부 스스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하라…안 하면 입법하겠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이 14일 국회에서 현안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사법부를 향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하라며, 사법부가 나서지 않으면 그때 ‘입법적 조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추진해온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 위헌 논란이 제기되자,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진행할 ‘전담재판부’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선 사법부 쪽에 결자해지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내란이라는) 사건의 중차대함을 감안할 때 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먼저 주창하고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며 이렇게 말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해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 과정에서 “저희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런저런 언급을 하기 전에 사법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법관들을 중심으로 (내란) 전담재판부를 꾸리고,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서 경력대등 재판부를 꾸려서 빠른 시간 내에서 제대로 빨리 (내란 재판이)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봐야 한다”면서도 “(사법부의)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하면 결국 입법 부분으로 가야하지 않나”라고 했다.

한 정책위의장의 이런 발언은 공정하고 신속한 내란 재판 진행을 위해 민주당이 그간 추진해온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일단 재판 지연 등으로 정치적 오해를 자초한 사법부가 먼저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공을 넘긴 것이다.

한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해 “12·3 내란은 내란수괴 윤석열의 단독범행도 아니다. 국무위원인 국방부 장관과 공모해 군경이 동원된, 거대한 조직적인 국가 전복 세력이 있었다는 게 드러난 사건”이라며 “내란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이들의) 숫자를 보면 일찌감치 전담재판부를 특별하게 구성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사법부 태도에 입법부로서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가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안에 대해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고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가 하면, 조희대 대법원장까지 “사법부가 그 헌신적인 사명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 등을 비판한 것이다.

한 정책위의장은 “우리가 별도의 법원을 설치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 내란전담부를 설치하자는 것인데 무슨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설치도 입법 사항인데, 법원 내 전담재판부 설치 역시 사안의 중대성, 중요성에 비춰 입법으로 규정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내란 사건을 전담 심리하는 재판부 운영을 국회에서 추진하는 것에 대해 “그게 뭐가 위헌이냐”며 “대한민국에는 권력 서열이 분명히 있고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았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 정책위의장은 또 “(일각에서) 위헌 소지를 계속 말씀하시는데 19대 국회부터 논의됐던 노동법원 설치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지 않나. 가사 및 소년사건을 전담하는 가정법원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의 내부 지침에 따라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필요성이 있기에 법적 근거를 갖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하면 어떻겠냐고 민주당과 국회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의) 판단이 빠른 시일 내에 나오면 좋겠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질질 끌 것인가. 사실심은 2심까지 있는데 이제 1심 아니냐”며 “조금 속도감 있게 하기 위해 전담재판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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