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법원행처장과 전국 각급 법원장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전국 법원장들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에 공개적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정치 현안에 의견을 밝히기를 꺼리는 사법부가 정부안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한 건 이례적인데, 정부와 여당에선 “사법개혁은 사법부가 자초한 일”이라며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와 사법부의 이견이 드러난 만큼 공론화 작업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 법원장들 ‘긴급회의’ 열고 “정부와 여당, 사법부 목소리도 들어야”
전국법원장회의는 지난 12일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개혁에 대해 “사법제도 개편은 국민을 위한 사법부의 중대한 책무이자 시대적 과제이므로 폭넓은 논의와 숙의 및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개선 논의에 있어 사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사법개혁 속도전’을 우려하면서 전국 법관들의 의견을 모아달라고 요구해 마련됐다.
천 처장 등 전국 각급 법원장 42명은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추진하는 ①대법관 증원(14→26~30명) ②대법관 추천위원회 다양화 ③법관 평가 제도 변경 ④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⑤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총 5가지 안건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논의 결과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와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에는 긍정적 의견을, 나머지 안건에는 우려를 표명했다.
☞ 대법원 “여당 사법개혁 이례적”···전국 법관 의견 모은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011826001
법관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대법관 증원과 법관 평가 제도다. 정부는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3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대법관 개개인 업무가 과중해진 상황에서 상고심이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한다는 취지인데, 사법부 내에선 1심과 2심 판사를 늘려 하급심부터 충실한 심리가 되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다.
국회 등 외부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법관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선 ‘판결에 대한 간섭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등은 외부 평가를 통해 법관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으며, 독일은 이미 법관 평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법관들은 독일의 경우 각급 법원장 등 내부 인사들이 평가를 진행하고 있어 국회 등 외부 기관이 평가에 개입하는 정부안과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대법원은 이번 회의에서 “대다수 판사들이 (법관평가제도의) 사법권 독립 침해와 위헌성 소지 등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내란특별재판부 ‘위헌’ 논란도…법관들 의견 수렴 이어갈 듯
공식 안건은 아니었지만 이번 회의 자리에선 ‘내란특별재판부’ 설치가 삼권분립 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우려도 나왔다고 한다.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건을 무작위로 배당하는 기존 방식 대신 국회 등 이 특별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건 그 자체로 사법부의 권한 침해라는 지적이다. 앞서 대법원도 국회에 “특별재판부는 위헌 소지가 크고, 재판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서를 냈다.
사법부는 무엇보다 개혁 추진 과정에서 법관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법원장들은 향후 사법개혁 논의 과정에서 사법부 내부의 입장을 최대한 표명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법관들은 오는 25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상고심 제도 개선 관련 토론회’를 열고 사법개혁 관련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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