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오라클은 2026 회계연도 1분기(2025년 5~7월)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급등하며 시총 9000억달러를 돌파했지만, 며칠 사이 조정이 이어지며 다시 300달러 초반대까지 내려왔다. 그럼에도 시장이 오라클에 쏟는 관심은 여전하다. 이유는 단순한 주가 변동 때문만이 아닌 AI 수요를 겨냥한 클라우드 인프라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오픈AI와의 400조원 계약, 오라클 성장세 견인=오라클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배경에는 오픈AI와 체결한 초대형 계약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는 향후 5년간 약 3000억달러(한화 약 417조원)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파워를 오라클로부터 조달하기로 했다. 이는 클라우드 업계 최대 규모 계약으로, 오라클의 잔여계약수익(RPO) 증가와 미래 매출 성장의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실제 RPO는 전년 대비 359% 늘어난 4550억달러를 기록했다. 투자은행 TD 코웬의 데릭 우드( Derrick Wood) 연구원은 이를 두고 “정말 놀라운 수치”라고 평가했고, 구겐하임 시큐리티에선 이번 분기를 ‘기념비적’이라고 표현했다. 도이치뱅크 브래드 잴닉(Brad Zelnick) 연구원은 “이번 결과만큼 컴퓨팅 분야 지각 변동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DB) 기술력을 기반으로 GPU·스토리지·네트워크를 통합한 ‘AI 특화 인프라’를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최신 GPU를 안정적으로 확보했고, 이를 활용한 클러스터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단순한 연산 자원 공급을 넘어 AI 모델 학습·추론 전반을 지원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 전략은 예상보다 빠른 효과를 냈다. 기존 빅3 사업자 고객 중 상당수가 오라클 DB를 병행해 쓰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실제로 멀티클라우드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 이상 늘었고, 신규 고객 상당수도 오라클 DB와 클라우드를 동시에 채택했다. 오라클 공동 창업자 래리 엘리슨 회장은 “멀티클라우드 매출이 분기마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애널리스트들 평가도 이어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실적 발표 직후 오라클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하며 50% 이상의 주가 상승 여력을 제시했다.
◆ 후발주자 오라클, AI 시대에 시장 판도 변화 노린다=오라클은 미국 텍사스 등지에서 GPU 40만대를 도입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으며, 유럽·아시아에도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는 70개를 넘어섰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엘리슨 회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라는 점에서 정치적 네트워크가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 구도는 여전히 AWS(30%), 마이크로소프트 애저(20~22%), 구글 클라우드(12~13%) 등 상위 3개사가 60% 이상을 차지한다. 오라클은 3~4%에 불과하지만 성장률은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신중론을 제기한다. Gil Luria는 “이들은 오라클의 순수 고객이 아니라, MS·구글·아마존 고객들이 오라클 용량을 빌려 쓰는 것일 뿐”이라며 고객 기반의 ‘질’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라클을 AI 전환기 최대 수혜 기업으로 평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은 고객 다변화와 자체 생태계 확장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오라클은 2030년까지 매출을 1440억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클라우드 후발주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던 오라클이 AI 인프라 붐을 타고 글로벌 시장 판도 변화의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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